대구銀 가계대출 늘리기 골머리

입력 2000-03-20 14:36:00

대구은행이 가계대출 늘리기에 영업력을 모으기로 해놓고도 뾰족한 묘수가 없어 고민중이다. 시중은행과 경쟁할 현실적 방안도,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돼 있지 못한 탓이다.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대구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한 눈에 드러난다.

99년말 잔액기준으로 대구은행의 대구·경북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6천381억원. 예금은행 전체 대출잔액 5조23억원의 12.76%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이라고 하지만 가계대출 비중은 크게 낮다는 얘기다.

특히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대구은행은 14.38%로 예금은행 전체 평균 23.77%에 훨씬 못 미쳤다. 금융 구조조정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최대한 많은 가계대출을 확보, 지역밀착형 소매금융을 실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대구은행에게 가계대출 부진현상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대구은행은 지난 17일 김극년 행장이 직접 주재한 영업전략회의에서 금리인하, 부대서비스 확대 등을 담은 가계대출 증대방안을 중점 실천키로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공세가 만만찮은데다 여건도 좋잖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현안인 인터넷 뱅킹의 경우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서비스에 들어갔으나 대구은행은 이보다 1년 가까이 늦은 5월쯤 서비스할 계획.대구은행에 따르면 2월 현재 시중은행의 사이버 대출은 무섭게 늘고 있다. 신한은행이 1만8천33건, 조흥은행 6천910건, 국민은행 5천813건 등의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신한은행의 경우 창구대출 8천370건보다 더 실적이 좋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 뱅킹을 통한 사이버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대구은행은 이를 손놓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대출상품 경쟁력도 높지 않은 편이다. 가계대출 시장의 최대 상품이자 수익성도 좋은 아파트 담보대출 최저금리를 보면 대구은행이 9.50%인 데 반해 주택은행 9.40%, 하나은행 9.35%, 신한은행 9.30%, 농협 9.25% 등으로 낮은 은행이 적잖다. 총 대출금 증가분의 60%를 중소기업에 의무 대출해야 하는 법적 규제도 장애다. 시중은행의 의무대출 비율은 45%로 지방은행보다 낮아 가계대출 늘리기에 유리하다는 게 대구은행 분석.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부실화로 큰 손실을 입은 뒤 금융기관마다 가계대출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시중-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률 차별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장 그럴 기미는 없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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