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후보들 득표전략 속앓이

입력 2000-03-15 15:36:00

4·13 총선 포항지역 출마예정자들이 4만표 가량으로 추정되는 '포철표' 공략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포철은 과거 선거때마다 여당편중 성향을 보여 포철표만을 노린 주자간 경쟁은 덜한 편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적 한계에 따른 여당의 장악력 부족과 대부격인 박태준 총리의 불출마에 따른 선거 구심점 와해 및 직원들의 정치 무관심이 겹쳐지면서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출마예정자들이 쉽게 포철에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포항 특유의 지역정서를 의식한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 1만명의 포철 임직원과 같은 숫자만큼의 계열사 임직원 및 가족 등을 합쳐 최소 4만명이라는 유권자는 탐나지만 포철이 특정 후보쪽으로 쏠릴 경우 일반 시민들은 반대편으로 기울어지는, 이른바 '포철·비포철'의 구도형성에 따른 반사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총선은 자치단체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처럼 지역 전체를 묶는 것이 아니라 남북구를 갈라 치르게 돼 4만표의 응집력도 부족한 편이어서 출마예정자들의 속앓이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전후 사정으로 인해 6만5천세대가 한곳에 모여사는 남구 포철 주택단지는 물론이고 회사를 향해서도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후보가 없는 실정인데 정작 총선주자들은 지역정서나 과거의 인연·TJ와의 관계 등 이런저런 연고를 내세우며 속으로만 "내편을 들어 주겠지"하면서 짝사랑하는 눈치.

이런 가운데 포철의 고위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아무런 부담없이 선거철을 보내게 됐다"면서도 총선주자간 경쟁열기가 더해 갈수록 선거판에 포철을 끌어들이려는 각 진영의 전략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 '수욕정이풍부지(樹慾靜而風不止)'라는 말로 갑갑한 속내를 드러냈다. "나무는 자고자 하나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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