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 나딘 고디머의 장편소설 '거짓의 날들'(원제 Lying Days)이 번역 출간됐다.
전북대 왕은철교수의 번역으로 도서출판 책세상에서 나온 이 작품은 '최고의 여성 성장소설'로 평가받는 고디머의 첫 장편. 시적, 서정적 문체의 아름다운 맛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젊은 여성이 의식의 눈을 떠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날카로운 현실과 역사 의식으로 대변되는 고디머 문학의 출발점인 이 작품은 그의 후기 소설들과는 달리 정치성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헬렌이라는 사춘기 소녀의 정신적 성장을 밑그림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춘기 소녀의 섬세한 눈으로 포착한 현실과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이 갖는 성적 호기심과 연애, 방황, 고뇌와 자기성찰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헬렌은 남아공 광산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여성. 부르주아적 사고에 젖어 있는 부모의 인종 차별의식에 반발한 그녀는 이 과정에서 부모 뿐아니라 백인 공동체로부터 소외당한다. 하지만 이미 현실 의식에 눈 뜬 그녀는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결국 어린 시절을 보낸 광산지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위해 남아프리카를 떠나 바다를 여행하고, 도시를 새로운 삶의 장으로 선택한다. 작가는 이런 헬렌의 성장 과정을 따라 광산-바다-도시를 배경으로한 3부작 소설로 엮어 내고 있다. 작가 자신이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 작품에는 개인적인 냄새가 짙게 풍겨 나온다. 고디머는 젊은 날의 허위와 허상을 드러내는 자기고백을 통해 백인 식민주의자들이 식민지 공간에서 겪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변주해내고 있다. 소설 제목으로 취한 예이츠의 시 '거짓의 날들'에서 '화려한 젊음의 거짓 날들을 지나면서, 잎들과 꽃들을 햇볕 속에 요란하게 흔들었던' 자기 젊은 날의 초상화를 투영해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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