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리는 경고인가, 인간이 만드는 재앙인가. 1990년 이후 연례행사 처럼 반복돼 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및 보르네오 섬의 산림 화재가 올해도 재발했다. 산림파괴 뿐 아니라 연무(煙霧)로 인한 피해가 인접 국가에까지 파급돼, 세계적 환경 재앙 중 하나로 부상했다.
▨피해=이달 초 본격화된 산림 화재는 지난 주말 1천200여곳으로 크게 확대돼, 주민 50여명이 각종 호흡기 질환 증세로 치료를 받은 가운데 인니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단계에 이르렀다. 당국은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를 당부했으며, 말라카 해협을 따라 퍼지는 연무 때문에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인접국가들 마저 비상이 걸렸다.
산림 화재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1997~98년 사이에 계속된 화재로 인니에서는 8만ha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76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또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국민까지 포함해 수십만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았고, 2천여만 명이 기도(氣道)통증과 호흡곤란의 고통을 겪었다. 97년 9월 수마트라 상공에서 추락한 가루다 항공 A300 여객기 사고 원인도 연무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1997년 재앙 때는 6월을 넘겨서야 인공위성이 화재 지역을 감지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3월에 벌써 무려 708곳의 화재 현장이 위성사진에 잡히고 있다.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이다.
▨엇갈리는 원인 분석=기상학자들은 산불 확산이 '지구 온난화'와 '엘리뇨 현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 온도 하강에 따른 '라니냐 현상'이 동남아에 폭우를 뿌려 화재의 확산을 막았으나, 최근에는 정반대의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수 없게 됐다는 것. 또 온실효과로 '짧은 봄과 긴 여름'이 보편화 되는 것도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주범'으로 가장 눈총 받는 것은 벌목회사와 대농장들. 남은 그루터기를 손쉽고 값싸게 제거한 뒤 농장을 만들고 경제수목을 다시 심으려고 불을 지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벌목회사들은 '불법 방화' 혐의를 화전(火田)하는 원주민에게 돌린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건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제한적 규모로 불을 놔 경작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인니의 한 관리도 최근 "위성자료로 볼 때 상당수의 열 지점이 대농장 기업이 관장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대책과 전망=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인접국은 환경담당 관리를 인니에 파견, 산불진화 요원 교육, 화전을 대체하기 위한 영농 기법 전수, 대기오염 측정장비 지원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도 기술 자문역을 맡아 초기 진화에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정작 인도네시아 자체는 경제난과 정치 불안, 진화장비 부족 등으로 애태우고 있다. 더욱이 벌목업자와 대농장 기업의 배후에 고위 정치인들이 있다는 항간의 설까지 있어, 인니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심받고 있다.
石 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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