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채무 우려 겸허한 수용을

입력 2000-03-14 00:00:00

IMF관리체제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 문제가 이번 총선거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지역감정·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는 선거분위기속에서 모처럼 보게되는 적절한 정책대결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국가채무 문제에 대한 논쟁은 이미 지난해 세계잉여금처리 문제를 계기로 제기된 바 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자칫 소홀히 방치하다간 심각한 경제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기관의 판단이 있고보면 여야가 정쟁차원을 넘어 차제에 이 문제에대한 확실한 진단과 처방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번에 한나라당에서 주장한 국가채무규모 400조원 이상은 국내총생산(GDP)의 80% 안팎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국가직접채무만도 국내총생산 대비 23%수준인 111조8천억원(중앙·지방정부 직접채무)으로 여기다 중앙정부보증채무 90조2천억원, 국민연금 관련 잠재채무 186조원, 공적자금 추가투입예상분 30조원 등을 합치면 이같은 규모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국제기준상 국가채무는 정부의 직접채무만 의미한다며 이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이고 정부측은 국가채무에 정부보증채무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며 늦어도 2004년부터는 균형재정을 만들어 빚을 갚을 것이라했다.

정부여당의 이같은 태도는 아무리 선거기간이라해도 너무 무책임한 느낌을 준다. 비록 국가부채에 대한 국제기준이 직접채무만을 계산한다해도 정부가 국가재정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지급보증채무 등은 사실상 정부부채나 같다는 점에서 야당측의 문제제기를 단순한 정치공세로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에서도 현재의 재정적자 상황은 아주 심각하며 지금부터 재정적자를 줄여가지않으면 14년 뒤에는 경제파탄이 올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한 것은 그같은 위기에 대한 공감을 말해준다.

이같은 국가채무 우려에 대한 정부측의 안이한 자세는 지난해 세수증가액과 예산불용액 4조3천억원중 40%인 1조7천200억원을 복지비로 전용한 것과 최근 원유가 인상대책으로 유류관련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등에서 드러났다. 더욱이 선거기를 맞아 각종 세금감면대책과 재원불명의 선심대책등을 남발하는데서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망각한 느낌을 준다. 또 대통령의 베를린선언 비용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국가채무를 줄여갈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한다.

현정부는 임기후의 재정문제에까지 책임있는 자세를 가지고 야당의 주장을 겸허히 수용해야할 것이다. 더욱이 선거가 재정적자를 부추기는 꼴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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