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36차 문제 최우수작

입력 2000-03-10 14:14:00

내가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반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같은 중학교 출신끼리만 어울렸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갈등은 깊어만 갔고 반은 단결되지 못했으며, 결국 학기초에 실시하는 환경미화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북도청 이전'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도 이와 비슷한 것같다. 도청 유치 경쟁 지역끼리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지역간의 갈등만 심해진 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 전반에 걸쳐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지각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염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 지역에 근거한 파당의식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지역에 근거한 파당의식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발전을 가로막는다.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밝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파당의식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파당의식은 흑백논리, 편견, 선입관 등 비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들은 이기주의와 관련이 깊다. 나와 내 가족, 내 고장을 앞세우는 이기주의는 비합리적인 사고로 인해, 사물을 참된 모습이 아닌,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이게 한다. 또한, 이같은 비합리적인 사고는 우리 사회가 채택한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역적인 파당의식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총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 현실이 그것을 잘 보여 준다. 공동 여당이 갈라서고, 야당은 또 야당대로 분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득표를 위해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방법을 겉으로는 부인하나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영남당이니 호남당이니 충청도당이니, 'TK'니 'PK'니 하는 것이 이러한 지역주의적, 이기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파당의식의 산물이다. 이기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파당의식을 청산하지 못하면 우리의 정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파당의식을 하루아침에 극복,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도 점진적으로 의식을 개혁해 나간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원론적인 주장, 하나 마나 한 소리라 비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파당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모두가 먼저 서로를 이해하거나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비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독단, 독선적인 사고에 빠져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아니, 또 다른 그들의 모습일지 모르는 우리가 파당의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할 줄을 알게 되어 거듭나는 일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현재 사고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에서 패러다임은 하나의 '틀'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깨어질 수 있는 틀이다. 우주의 절대 진리라고 여겨져 왔던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의 지동설에 의해 깨어진 것은 좋은 예이다. 이렇듯, 사고도 하나의 패러다임과 같다. 조금만 사고를 전환해 본다면, 보다 참되고 값진 진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 근거한 파당의식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기 쉽기 때문에 어떤 일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리하여 사회통합의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파당의식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과학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듯, 사고의 전환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가져 올 것이다. 김수람 원화여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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