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 신과학자-(7)포항공대 이성익교수

입력 2000-03-10 14:22:00

'거의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 생산' '처리속도가 지금보다 수천배 빠른 컴퓨터''서울~부산간을 40분만에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뇌의 구조를 손금보듯 볼 수 있는 싼 값의 자기공명장치(MRI)' 등….

이같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온 초전도체(高溫超傳導體)'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때문에 세계는 지금 엄청난 돈과 연구인력을 투입, 초전도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초전도 연구는 여전히 쉽게 정복하기 힘든 고지(高地)다.

고온초전도체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 권위자인 포항공대 이성익(李星翊·48·물리학과) 교수.

이 교수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온초전도체가 조만간 우리 연구팀에 의해 개발될 것"이라 말했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오네스의 초전도체 발견이후 세계 과학계는 비교적 값싼 냉매인 액체질소로 냉각이 가능한 온도, 즉 77K(섭씨 영하 196도)이상에서의 초전도체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같은 믿음은 1986년과 87년에 잇따라 깨지고 말았다. 86년 IBM 소속 과학자 베르노르츠와 뮐러에 의해 30K, 87년 대만계 미국 과학자 폴 추 박사에 의해 77K 이상에서 초전도체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산화물계 초전도체들인 것이다.

그후 93년 9월 세계 물리학계는 또 한번 놀랐다. 포항공대 이 교수가 135K(절대온도 135도, 섭씨 영하 138도)에서 '수은계 1223'인 단일상(單一相) 초전도체를 개발했기 때문. 아직까지 이 교수의 '수은계 1223'의 벽을 뛰어넘는 초전도 기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전 스위스 연구팀이 영하 178도, 146도, 138도의 복합상(複合相) 초전도체를 개발했지만, 초전도체의 특성을 인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단일상에 비해 실용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명났다.

이 교수의 업적은 94년 '신금속국제학회'초청강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국제물리 학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 교수가 초전도체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미국 유학시절이었다.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그는 87년 이미 90K(섭씨 영하 183도)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 미국 초전도 학회를 놀라게 했다.

이 교수의 초전도체 연구 성과 뒤에는 동료교수, 대학원생들의 후원은 물론 '포항초전도 학교'운영 영향도 적지 않다. 그가 교장으로 있는'포항초전도 학교'는 포항공대 교수·연구원은 물론 국내·외 초전도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과학자들의 모임 단체이다.

국내만 300여명, 국외까지 합치면 5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이 학교는 방학을 이용, 포항공대에서 합숙을 하면서 초전도 기술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벌인다.

특히 '슈퍼콘'이라는 불리는 시스템은 평소에도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 초전도 연구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네트 워크다.

이 교수는 무선이동전화국의 기지국(무선송신탑)의 경우 초전도체를 이용해 조만간 곧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땅이 넓어 엄청난 기지국이 필요하므로 수년내 초전도체를 이용한 기지국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여전히 제조과정이 어렵고 제작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상온(절대온도 0도를 기준)에서 초전도 현상을 이끌어내지 못해 완전히 실용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분야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초전도 연구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깊고 아름다운 학문임을 실감한다"며 "만약 자연의 신비를 풀어나가는데 삶을 바치려는 젊은이가 있다면 꼭 권하고싶은 것이 초전도 분야"라고 말했다.

72년 서강대에 입학해 유신헌법 철폐시위 주동자로 지목돼 제적, 81년에야 학부를 졸업,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3년만에 석사, 1년만에 박사과정을 마쳐 주위를 놀라게 한 이교수가 '고온초전도체'개발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날을 고대해 본다.

▨약 력

△경기고 및 서강대 물리학과 졸업(81년) △ 84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이학 석사-물리) 및 85년 동대학원 졸업(이학 박사-물리) △ 85-87년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원 △ 87년-현재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 현재 포항공대 초전도연구단장 포항·林省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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