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받고 수술했는데 암 아니라니…"

입력 2000-03-08 15:43:00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암이라고 해서 수술을 받고 암 보험금을 신청했더니 거부됐다. 수술해 본 결과 암의 물증을 찾아 낼 수 없었기 때문. 의사는 지금도 "진단 기술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의료 기술과 진단 여건이 아직은 이런 단계임이 확실하다면,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고 수술비는 또 누가 부담해야 하나? 암 보험이 일반화된 뒤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지난달 11일 대구 ㄱ병원에서 상피내암(자궁) 진단을 받고 자궁 제거 수술을 받은 이모(35)씨 가족들은 사흘째 이 병원 진료실에서 농성하고 있다. 수술 뒤 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조직검사 결과서를 병원측에 요구했으나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때문에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병을 잘못 진단했다"며 병원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측은 치료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조직검사에서 중증 이형성증이라는 진단이 있었고, 그 병의 치료는 상피내암과 마찬가지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 이 병원 산부인과 이태성 과장은 "동네 산부인과에서 실시한 1차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전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으므로 수술 뒤 실시한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진단과 치료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씨가 든 암보험 회사측도 입장이 확고하다. 의사가 아무리 그런 판단을 한다 하더라도, 암이라는 '물증'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 이런 문제와 관련해 ㄱ생명 대구본부 관계자는 "자궁 상피내암이나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 했다가 조직검사에서 확진되지 않아 보험금을 타지 못한 경우가 우리 회사의 대구권에서만도 지난해 이후 4, 5건 발생했다"며, "이런 경우는 다른 보험사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암보험 가입 일반화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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