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후순위채권 인기

입력 2000-03-08 14:01:00

은행의 후순위채가 새로운 재테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3일 하나은행이 만기 5년1개월에 연리 10.5%의 조건으로 발행한 1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당일 모두 팔려나간데 이어 지난달 14일 신한은행이 만기 6년에 연리 10%의 다소 떨어지는 조건으로 발행한 1천500억원 어치의 후순위채도 8일만에 모두 판매됐다.

또 외환은행은 지난달 21일 1천억원(만기 5년, 연 10.5%) 어치를 발행했으나 판매 시작 5시간만에 모두 팔려나갔고 추가 발행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성화로 다음달 같은 조건으로 500억원 어치를 더 발행했으나 이 역시 당일 모두 소진됐다.

이어 한미은행도 지난 2일 1천억원(만기 5년3개월, 연 10.5%) 어치를 발행했으나 불과 30분만에 모두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후순위채란=채권 발행기업이 도산할 경우 사채의 변제순위에 있어 담보부사채나 무담보부 사채, 기타 은행대출채권 등의 일반사채보다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을 말한다.

상환기간이 5년 이상으로 장기이기 때문에 일정 한도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최근 은행들이 다투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5년 이상 돈을 묻어두어야 하는데다 은행이 파산해 완전히 변제능력을 상실했을 때 돈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왜 인기가 있나=상환기간이 5년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금리(현재 8~8.5% 수준)보다 높은 10% 이상의 확정금리를 지급, 짭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예컨대 표면금리가 10.5%인 외환은행의 후순위채를 1억원 어치 매입했다면 22%의 소득세를 빼고도 3개월마다 204만7천500원의 이자를, 이자소득세율이 16.5%로 떨어지는 내년부터는 219만1천875만원를 지급받게 된다.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받지 않고 만기때 한꺼번에 받을 경우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연 실효수익률은 10.92%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재시행돼도 분리과세(세율 33%)를 선택할 수 있는데다 금융구조조정으로 은행의 경영건전성이 크게 제고돼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후순위채의 인기 요인이다.

▲은행별 판매계획=신한, 하나, 외환은행에 이어 국민, 한빛 등 다른 시중은행도 후순위채를 발행에 나선다. 우선 국민은행이 7일부터 만기 5년에 연 9.65%로 1천억원어치를 발행, 판매에 들어갔다. 3개월 단위 이자지급식과 만기지급식 복리채 등 두 종류가 있다. 1인당 판매금액은 최저 1천만원이며 이후 1천만원부터는 100만원 단위로 살 수 있다.

국민은행측은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조금 낮지만 고객당 2천만원까지는 세금우대(11%)를 적용해줄 수 있어 실제로는 세전 수익률이 11~12%에 이른다고 설명한다.또 지난 97년 국내은행중 최초로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후순위채를 판매했던 신한은행도 지난달 판매한 1천500억원에 이어 하반기에 1천500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한다.

최근 8억5천만달러 어치의 외화후순위채를 발행한 한빛은행도 이달중 4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 2천억원 어치는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에게, 나머지 2천억원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으로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판매분에 이어 오는 5월에 같은 조건으로 1천억원 어치를 추가로 발행하는 등 분기별로 1천억원 어치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유의점=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돼 후순위채는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지만 일단 매입하면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매매시장도 형성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 은행이 파산하면 돈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행주체의 신용도도 잘 살펴야 한다.

鄭敬勳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