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혁명, 결국은 유권자 몫

입력 2000-03-02 15:33:00

이번 4·13 총선은 선거혁명이 하나의 이슈로 등장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보다 더 혼탁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지역감정이나 폭로 등으로 '감정대결', '비난대결'로 흐르나 하면 유권자 역시 후보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돈선거로 흐를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새로 생긴 민국당은 '반(反)DJ 반(反)이회창'을 외치면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있나 하면 충청지역서는 자민련과 민주당의 이인제 대결로 지역색이 더욱 노골화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폭로전은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부산지역 한나라당 공천자에 대한 돈공천 1차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팔았다는 주유소는 이씨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역시 전 대우그룹 회장 부인의 소유 였던 아도니스 골프장에 대한 특혜매입 폭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너무 싼 가격 때문인지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책대결은 처음부터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사치에 속했던 것이 었을까. 우리의 정당들은 이렇게 선거개혁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유권자 쪽의 개혁의지는 어떠한가. 선거꾼들은 물론 일부 유권자들도 여전히 돈을 요구하고 있다. 당의 공천을 받고 내려간 정치신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돈 요구 등쌀에 못견디 겠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존 지구당의 대가요구등 텃새와 선거브로커들의 횡포 그리고 일부 지각없는 유권자들의 돈 요구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자 공천반납이라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당의 공천반납 사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철없는 정치신인의 해프닝으로 몰아버릴 수도 있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우리 정치현실이 얼마나 타락해 있는가를 반증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치는 현실이라고 해도 우리 정치풍토는 분명 잘못되어 있는 정도가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1일 총선연대가 외친 유권자 독립선언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정치인에게 맡겨둔 정치개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유권자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권자 독립선언에 담긴 "이번 총선은 국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국민적 제례(祭禮)인 만큼 세상을 놀라게 할 총선혁명을 실천하자"는 결의는 적절한 제안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운동 역시 유권자의 몫을 인정하고 운동의 한계를 유권자에 올바른 한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그치고 최종 판단과 선택은 유권자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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