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상주·보은 구병산

입력 2000-02-25 14:00:00

'능선타는 맛, 하산길에 돌아보는 절경'

경북 상주시와 충북 보은군에 걸친 아홉병풍의 구병산(九屛山)이 그렇다. 25번 국도변에 자리 잡은데다 최근 충북 알프스 코스로 알려지고 '아름다운 상주의 명산'(경북 상주시 출간)으로 소개되면서 주말이면 산꾼들이 붐비는 곳. 산행거리 9.5㎞ 정도로 충북 보은근 마로면 적암리를 출발, 떡시루를 엎은 듯한 시루봉을 보며 오르기 시작, 5~6시간 뒤면 다시 적암리로 되돌아 온다.

동서로 뻗은 암봉들이 삐쭉삐쭉 튀어나온 구병산은 국립공원 속리산의 남쪽자락으로 그리 높지 않다. 비록 정상이 876.5m지만 급경사 바위길에 이어 능선부터 눈길과 빙판길에 밧줄을 타야 해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목의 겨울산행이라 볼거리가 뭐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오산. 지천으로 만나는 느릅나무와 굴참나무, 암벽위 웅크린 부처손 그리고 전설만 간직한 절터 옹달샘과 반송(盤松)은 사색의 여유를 준다. 특히 구황(救荒)나무였던 느릅은 껍질을 벗겨 호구로 연명했던 과거를 회상케 한다.

적암리를 출발, 왕벚나무 갈림길서 좌측으로 꺾어 접어든 절터는 500년의 전설을 간직한 채 나그네 발길을 반긴다.

500여년전 조선시대 세워졌다가 없어졌다는 정수암의 폐허에 남아있는 옹달샘. 두꺼비 모양의 바위옆에 지난해 세워진 안내문이 웃음을 자아낸다. '불심에 전념하던 스님들이 옹달샘 물을 마시면서 정력이 넘쳐 6개월을 못 넘기고 속세로 하산했다…한모금 마시면 7일간 생명이 연장됐다…' 옹달샘 바로 위 접시에 담아놓은 듯한 모양의 특이한 반송 한그루도 무슨 사연이 있는 듯하다.

옹달샘을 지나면서 나무계단과 돌길을 가파르게 30여분간 오르면 '정상 1.5㎞, 형제봉 11.7㎞, 적암리 4㎞'라는 충북 알프스 능선을 알리는 표시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때부터 1시간쯤 삐쭉삐쭉 튀어나온 암봉능선이나 능선 뒤 눈길과 빙판길의 암봉들을 따라 밧줄에 몸을 맡긴 채 오르내리노라면 피로가 엄습한다. 하지만 정상의 충북 알프스를 알리는 표석과 삼각점, 일망무제는 피로를 삭여준다. 백두대간과 민주지산 등 봉우리가 저멀리 얼굴을 내밀고 날이 맑으면 덕유산 자락도 아스라히 보인다. 저 산아래 벙거지를 엎어 놓은 듯한 야산들이 어울어진 상주 화령들녘이 정겹다. 구병리 삼가 저수지의 얼다 만 푸른 물이 햇볕에 반사돼 빛난다.

이제는 하산길. 구병산 절경을 구경하려면 이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정상을 내려서면 적암리 통신위성 기지국까지 2.6㎞ 남았다는 안내표시로부터 한동안 먼지 폴폴나는 지루한 산길이 계속된다. 이 구간을 지나면 협곡길이 나오고 세찬 바람이 계곡을 타고 위로 불어온다. 첫번째 나무계단에서 바위틈 거꾸로 솟은 고드름을 보면서 바위틈 흘러내리는 물 한모금 마시고 위로 쳐다보면 고추 모양의 야릇한 바위가 눈에 띈다.

다시 10분쯤 더 걸어 나무계단을 두개 타고 내려와 뒤를 돌아보라. '아'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푸른 소나무를 머리에 인듯한 바위물결. 책을 옆으로 포갠 듯, 여인의 주름진 치맛자락인 듯하다. '상주의 명산' 발간에 참여한 전병순(44·상주시 남원동사무장)씨는 "하산할 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흔히 놓쳐 버리는 절경"이라 말했다.

〈가는길〉 상주를 거쳐 25번국도를 타거나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추풍령이나 황간에서 내려 상주·보은방면 25번국도로 달리면 된다. 30~40분 걸리며 적암리휴게소나 폐교된 관기초교 적암분교에 주차하면 공간은 충분. 문의 (0582)533-2015·011-9577-7826(전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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