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낙원 낙동강 하구-(5)수자원 관리

입력 2000-02-25 14:05:00

선진국도 한 때 댐이나 제방과 같은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한 적이 있다.

이 작업을 우리보다 빨리 시작한 만큼 주변 생태계의 파괴현상도 빨리 찾아왔다.그리나 이들은 이제 인간의 얕은 지식으로 자연현상에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지 깨달은 것 같다.

쌓았던 제방을 당초 건설비보다 5배나 많은 돈을 들여 허물어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리는가 하면 하구둑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등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오이스터스 캘드 하구둑은 원래 낙동강 하구언과 같은 모양으로 건설됐으나 현재 수문은 모두 열려 있고 교량역할만 하고 있다.

하구둑 건설로 수질오염이 급속히 진행되고 주변에서 새와 물고기, 조개 등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네덜란드 정부는 수문을 모두 개방했고 열린 수문은 지난 53년에 한번 닫혔을 뿐이다.

물의 흐름이 자유로워진 지 얼마 안돼 새와 물고기가 다시 이 곳을 찾았고 사람들은 다시 찾은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90년 나라의 근본인 제방을 허물어 전국토의 1.76%에 해당하는 240여㎢를 개간 이전의 상태인 삼림이나 늪, 호수로 되돌리기로 했다.

전체 농지면적의 10분의 1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지난 92년부터 본격 시작한 이른바 '자연회귀를 위한 마스터플랜'은 곧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쪽에 위치한 우트리히트주 브라부에 카머지역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지켜주던 높이 2m의 여름제방은 지난 92년 6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 때문에 순식간에 120만㎡의 농지가 라인강 하류의 물결속으로 자취를 감췄다.그러나 이 지역은 불과 1년반 만에 수십종의 잡초가 사람의 무릎을 간지럽히고 개구리와 뱀 등 야생동물이 지천으로 깔리는 생태공간으로 변했다.

지난 93년 12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의 생물종은 제방을 허물기 전보다 무려 67%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수십년 전부터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그 나라의 상징 새인 황새가 이곳에 둥지를 틀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덕분에 이곳은 현재 거대한 생태 학습장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을 유혹하는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서쪽을 끼고 흐르는 포토맥강에 건설됐던 다목적댐도 최근 주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지탄을 받고 허물어 졌다.

미국의회는 또 지난 97년 10월 그랜드캐년에 위치한 댐의 물을 모두 비우기로 결정해 사실상 댐의 기능을 없애버렸다.

스웨덴도 지난 88년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극히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댐건설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우리보다 먼저 딱딱한 콘크리트로 흐르는 물을 막았던 선진국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다퉈 자연을 회복시키고 있다.

자연을 가장 잘 보존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세계은행(IBRD)이 지난 90년이후 댐건설을 위한 차관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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