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다음 제시문에서는 인간이 살 만한 곳은 당쟁이 없는 사회라고 하였다. 즉, 어떤 자연적 조건보다도 인간 관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요즈음 우리 사회에 이러한 당쟁과 같은, 지역에 근거한 파당의식이 고개를 드는 조짐이 보이는 듯하여 심히 우려된다. 다음 제시문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파당 의식을 비판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나라가 비록 사대부를 우대하였으나, 사대부를 죽이는 일 또한 가벼이 운용하였다. 그리하여 어질지 못한 자가 권력을 잡으면 나라의 형법을 빙자하여 사사로운 원수 갚기도 하여 사화(士禍)가 여러 번 일어났다.
명망이 없으면 선비들에게 버림을 당하고, 명망을 얻으면 남의 시기를 받고, 시기하면 반드시 죽인 다음에 그만두니, 참으로 벼슬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사대부의 기강이 점차 쇠해지면서 옳은가 그른가를 가지고 크게 다투게 되고, 다툼이 커짐에 따라 원수가 깊어졌다. 원수가 깊어지니 서로 죽이기에 이르렀다.
아아, 사대부가 때를 만나지 못하면 갈 곳은 산림(山林)뿐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그렇지도 못하다. --〈중략〉-- 산중으로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 마디의 말, 한 가지의 행동으로서도 의심받는 것은 품관이나 중인 또는 하인이 아니고, 매양 사대부 계층이다. 등용되거나 버림받거나, 높은 벼슬을 하거나 벼슬길이 막히거나, 초야에 있거나 조정에 있거나를 막론하고 거의 몸을 둘 곳이 없다.
이렇게 되니, 모두 글을 읽고 행실을 닦아서 사대부가 된 것을 후회하고, 도리어 농.공.상의 신분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그러면 예전에 사대부를 농.공.상보다 높게 여기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참으로 농.공.상보다 못하다는 것인가.
'사물이 극(極)에 이르면 되돌아온다' 하더니 진실로 그 이치가 맞다. 그러므로 한 번 사대부라는 명칭을 얻으면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사대부의 신분을 버리고 농.공.상이 되면 안전해지고 이름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치우친 논의의 해(害)가 오직 사대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품관과 중인에서 가마를 메는 아주 천한 사람까지도 남의 지목을 면치 못하는데, 또한 농.공.상이라고 해서 서로 좋은 사이를 유지해 파당을 만들 사람이 없겠는가. 사람이 목석이나 금수가 아니고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으니, 머리를 들고 눈을 뜨면 곧 남과 접촉하게 되는 법이다. 남과 접촉하면 친하고 싫어함이 생기고, 친함과 싫어하는 마음으로부터 좋아하고 미워함이 생긴다. 친하고 좋아하는 데서 의기투합이 생기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데서 사이가 벌어져 배반이 생기게 된다.
한 번 어울렸거나, 헤어지고 함께 있거나 배신했다는 지목을 받게 되면, 갑자기 장벽이 생겨서 저쪽이 이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이쪽도 능히 저쪽으로 가지 못한다. 비록 중간에서 행동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한계가 사람을 우리에 가두어서 산과 내가 아닌데도 쇠와 돌보다 더 굳고, 방향도 없는 것이 정해진 위치만은 확실하다. 한 사람도 이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 이것이 오늘날 치우친 논의의 형태이다.
이 치우친 논의가 처음에는 사대부 사이에서 발단이 되었으나, 마지막 폐단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데까지 이르게 하였다. 이중환, "택리지" '총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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