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위장 이혼"?

입력 2000-02-25 00:00:00

근래들어 경제사범이 늘면서 채권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기피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기상천외의 수법이 속출하고 있어 기가 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위장부도로 기업을 정리하고 한재산 챙기는 부도덕한 사업가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의 하나가 위장이혼이다. 먼저 재산을 부인에게 넘겨놓고는 이혼을 하고 부도를 내는 방법으로 채권자가 손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도 '위장이혼'이란 말이 등장해 이제 정치도 막가는 세상이 된듯한 느낌을 준다. 자민련의 이한동 총재가 어제 2여(與)공조 파기를 선언한데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 부대변인이 그렇게 꼬집었다는 것이다. 선거전에서 표를 챙기기위해서 유권자들 앞에선 공동정권을 파기하는 척 위장하고있다는 주장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이 공동정권을 진실로 파기한 것인지 아닌지는 선거후에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때 가서 한나라측의 비난이 지나치게 저질이었는지 아니면 그런 욕을 먹어도 싼 것인지도 사실대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의 공조파기 절차나 방법을 보면 지금으로서도 석연찮은데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동정권의 고리가 되는 자민련측 총리직 수행, 총선후 민주당과의 내각제추진 공조불투명, 지역색타파 명분의 DJP연합파기에 의한 지역색복구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국민과 약속한 공조를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특히 DJP계약 당사자인 김종필 명예총재가 공조파기를 놓고"우리당이 독자적으로 가는 거지 김종필이가 독자적으로 가겠다는게 아니다"고 한것은 또한번 특유의 화술을 드러낸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야당의 길을 간다"는 당의 입장과 자민련의 오너로 일컬어지는 김 명예총재의 입장이 다르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언제든 김 명예총재의 야당행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인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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