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교육을 생각한다

입력 2000-02-25 00:00:00

새 천년의 첫 학기를 며칠 앞두고 교육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교육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있었겠냐마는 오늘날만큼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는 군사력·경제력의 시대를 지나 지식에서 권력이 나오는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빌 게이츠가 아이디어와 도전정신만으로 세계를 제패했듯이 힘없고 돈없어도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진 자가 세상을 리드한다.

바야흐로 아는 것이 힘이고,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는 세상이다. 조직이나 국가의 경쟁력은 이제 똑똑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부터 '인재 제일'을 사시(社是)로 하여 인적자원을 중시한 모 대기업이 오랫동안 여러 면에서 다른 기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는 앞서자'는 기치를 내걸고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많은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교육부만 하더라도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고, 교육개혁의 큰 그림 아래 전 학교의 전산화, 초중고 영어수업, 수행평가 도입, BK21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투자와 세계 수준(?)의 학부모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현실은 어둡고 막막하기만 하다.

학교폭력·왕따·교실붕괴·가출·약물복용·자살·원조교제·학생의 교사 고발과 폭행·촌지수수·정년단축과 명예퇴직….

이상은 근년에 매스컴을 오르내린 학교 뉴스들로서 교육위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까지 생겨났을까? 교육전문가들은 학교가 이 지경으로 황폐화된 것이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새 정책이 발표되면 학생들은 "또 신곡 나왔다"고 비아냥거린다), 가정교육 없이 내 자식만 싸고 도는 학부모 및 대책없는 교사의 합작품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누구의 탓이든 간에 학생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들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의 결함과 함께 무엇보다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모는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교육의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교사는 인성교육은 가정의 몫이라고 제쳐두며, 교육부는 실천방안 없이 말로만 인성함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인성교육은 학생유치에 목마른 대학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특성화 상품으로 전락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법이다. 30, 40대의 학부모들이 엄밀한 의미의 가정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라고 볼 때 지금 가정교육이 바로 서질 못하면 앞으로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교육부의 정책들에서도 청소년을 '사람되게'만들려는 의욕적인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에서 국민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설정한 이른바 '신지식인'역시 창의력을 발휘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물로 정의되는 바, 여기서도 '사람됨'의 가치는 제외되어 있다.

사람됨을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인간미를 느낄 수 없다. 첨단지식과 기술을 가르치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입시위주의 파행적 교육이 시정되는 않는 한 냉철한 머리만 있고 따뜻한 가슴은 없는 기형적 인재들이 양산될 것이고, 이들에게 조국의 장래가 맡겨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청소년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학부모·교사 모두의 적극적 의식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심리학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