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탈락 키잡이 실종

입력 2000-02-22 15:41:00

한나라당 내에서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김윤환(허주) 고문이 2.18 공천에서 탈락함에 따라 지역 야당이 중심 인물이 빠진 공백상황을 맞게 됐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보존을 위해 후진을 키우지 않는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외풍'을 막아주는 병풍역할을 했던 허주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인물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천에서 이회창 총재가 더이상 당내에서 지역.계파별 보스를 인정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심인물의 출현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며 공천자 모두가 이 총재가 직접 총괄하는 '친정'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자들은 공석이 된 지역의 대표를 노리는 경쟁보다는 총재와의 '거리 좁히기' 충성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경우, 시지부장이지만 98년 총재 경선 도전과 중도하차 이후 지역내 지구당위원장들로부터 철저하게 '왕따' 당해온 강재섭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도 소외당했다. 공천 후유증 속에서도 당 잔류를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했으나 그가 다시 중심 인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나라당 공천자들 대다수가 평소 강 의원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출신이 다양하고 정치적 배경 역시 '10인 10색'이라는 점은 이들 가운데 중심인물이 부상하는 일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 이외에 뚜렷이 부상한 인물은 없다. 계보원을 거느린 중간보스도 없다. 박근혜 부총재가 고위 당직자로 있지만 대구사람들이 박 부총재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은 없다.

경북의 경우는 김 고문의 이탈 외에는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김 고문의 빈 자리가 워낙 크다는 점과 지금의 경북지역 인물들 면면을 볼 때 김 고문이 보여준 역할과 비중을 대신할 '거물'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4선 고지에 도전하는 이상득 의원과 현 도지부장인 박헌기 의원, 그리고 지역에서 최다선에 도전하는 정창화 의원 정도가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없다는 평가다. 다만 연장자이며 다선, 당직자라는 점에서 예우를 받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