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도 개혁여망 거리 멀다

입력 2000-02-19 14:50:00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16대총선 출마자 1차공천자를 발표해 여야3당의 후보윤곽이 잡혔다. 3당 가운데 먼저 발표한 민주당의 공천이 국민의 개혁요구를 제대로 수용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천 결과도 국민의 개혁여망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물갈이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충격적이었으나 내용면에서 충분한 개혁이미지를 살렸는지에 대해선 비판의 시각이 만만찮다. 자민련이 비경합지역의 현역의원을 그대로 공천한 것도 시민연대의 낙천운동대상자들을 당초의 당방침대로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처음부터 공천개혁을 외면한 셈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공천물갈이는 여러면에서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우선 현역의원 28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켜 25. 7%를 교체시켰고 그중에서도 5선이상 지역구 중진 9명중 6선 이상 6명이 모두 탈락하고 5선이상 3명만이 재공천한 것은 정계의 혁명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함께 민주당의 일부 중진의원의 공천탈락으로 당내의 세력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여야 전체판도에 엄청난 변수로 떠올랐다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회창 1인체제구축을 위한 이른바 '공천대학살'로 비칠지 아니면 낡은 정치인의 과감한 퇴출로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려는 개혁적 시도로 비칠지 유권자의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한나라당의 물갈이지역 공천에서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맹주니 터줏대감이니하는 중진들을 구시대 정치인으로 분류해서 물갈이한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온갖 정치세력들을 받아들여 당을 비빔밥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이를 새롭게 정비하려는 입장에선 그같은 물갈이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면면의 공천자들이 그들과는 사뭇 차별화되는 참신하고 개혁적 인물이냐에 대해선 선뜻 수긍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이른바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선 이번 물갈이공천으로 시대적 변화를 실감나게 읽게 한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의원이 이전까지의 지역연고세력과 어떤 대응을 할 지 미지수이나 이번 공천자들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가 사뭇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시민단체의 영향력도 상당수준으로 가세하는 상황에서 영남지역의 향배는 속단할 수 없는 상태라 할 것이다.

어쨌든 여야 후보자의 모습이 드러난 이상 그 심판은 유권자의 몫으로 넘어갔다. 새 세기의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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