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문화-인터넷 방송국

입력 2000-02-14 14:14:00

몰래카메라가 24시간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면 믿을까.

한 남자의 인생을 전 세계에 중계하는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일이 지금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바람은 변화보다 변혁에 가까운 것이다. 생활 뿐 아니라 의식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영상과 소리가 한데 묶인 방송의 경우 '사이버 문화'의 톱 메뉴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1990년 제작된 '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는 라디오방송을 소재로 한 미국영화다. 교육현장의 억눌린 감정을 방송을 통해 풀어낸다는 줄거리. 당시 우리는 근거리 무전기조차 허가를 받아야 될 정도로 정보통신에 폐쇄적이던 터라 '볼륨을 높여라'의 설정이 무척 부러웠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에서는 인터넷방송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7년 7월 국내 첫 선을 보인 인터넷방송국은 지난달 현재 220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처음 '볼륨을 높여라'처럼 '간이 사설 방송'의 소규모이던 것이 지금은 대형화 추세를 보이면서 KBS, SBS 등 기존 방송국도 가세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끄는 것은 역시 디지털 세대의 취향 때문. 디지털은 아날로그와는 달리 '1' 아니면 '0'이다. 먹을 것 없이 화려하기만 한 종합선물세트 보다 한 조각이라도 진짜로 먹고 싶은 피자를 선택하는 것이 인터넷 세대.

VOD(Video On Demand) 형 주문형 정보 욕구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싹텄다. 종합유선방송이 각광을 받은 것도 기존 선물세트형 공중파 방송에 만족 못하는 새로운 시청자를 파고 들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종합유선방송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시청자들은 TV 보다 인터넷 단말기를 선택했다. 케이블 TV가 단명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방송을 돌파구로 여기고 투자하는 케이블TV 업계도 있다. 선두주자가 음악 전문 케이블TV들. 뮤직네트워크(www.mnet27. co.kr)와 KMTV(www.kmtv.co.kr)는 자사의 전문성을 지금 인터넷 방송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장 큰 덩치는 역시 공중파 방송이다. KBS는 한국 통신과 손을 잡고 크레지오(www.crezio.com)를, SBS는 독자적(www.sbs.co.kr)으로 인터넷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 지역 방송국도 인터넷 방송을 추진중이다.

인터넷 방송의 가장 큰 강점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재나 방송 시간에 대한 제한도 없다. 신혼부부의 방을 몰래카메라로 24시간 중계하는 성인 전용 방송국 뿐 아니라, 어린이, 영화, 토크쇼, 증권, 음악, 뮤직비디오, 게임, 요리 등 무제한적이다.

지난달 31일 개국한 와우TV(www.wowtv.co.kr)는 국내 첫 증권 전문 인터넷 방송. 매일 8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국내 증권 시장의 동향분석과 투자 정보를 전한다. 증권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물론 주요 증권사 객장에 방송 부스를 설치해 시황정보를 초고속 전용선으로 받아 편집한 뒤 인터넷으로 방송하고 있다.

나인포유(www.nine4u.com)는 3년 전통의 음악전문 방송국.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언더 밴드를 인터뷰하는 등 TV 음악방송국의 모양을 갖춰나가고 있다.

AniBS(www.anibs.co.kr)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으며 얼토당토(www.under.co.kr)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로 방송하고 있다. 최근 태권도 시합 장면을 동영상으로 중계하는 태권넷(www.taekwon.net)까지 생겼다.

인터넷방송의 '제 맛'을 느끼려면 역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56k 모뎀으로는 동영상과 음악을 듣기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리얼플레이'가 필수적이다. 요즘은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 등 웹 브라우저에 옵션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최신 버전은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시킬 수 있다. 인터넷(www.real.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도 있다.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퍼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앰프를 PC에 연결하는 것도 요령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볼 때 2002년경에는 대부분 인터넷 방송이 현재 TV 수준의 화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TV의 보급과 시점이 같다.

디지털 TV, 디지털 음악, 디지털 영상… 디지털의 완성은 곧 인터넷 방송의 완성을 의미하며, 인터넷 방송의 완성은 인터넷 시대의 화려한 전성기를 뜻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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