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의 잦은 인사교체와 조직의 난맥상에 대한 한 고참 외교관의 직설적인 지적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외교통상부의 최고참급인 이장춘(李長春) 본부대사는 어느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외교통상부가 지금처럼 특정인을 살리기 위해 위인설급(爲人說級)식 인사를 되풀이 해서는 우리 외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뼈아프게 지적했다.
이러한 이 대사의 충고는 근래들어 무기력할대로 무기력 해진 외교통상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상 미국을 비롯한 외교 선진국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임기를 같이 하다시피함으로써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지속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이 대사가 이번에 지적한 것처럼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외무장관이 3번 바뀌고 또 이런 추세라면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7명의 외무장관이 바뀔 판'이라니 이러고서야 외교통상부가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른지 의심스런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개월 사이 재외 공관장이 50명이나 바뀌고 신설 9년째인 외교정책실장의 빈번한 교체와 이에 따른 국제회의 수석대표의 잦은 교체가 국제 외교가의 웃음꺼리가 되고 있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외교통상부의 인사철마다 워싱턴, 도쿄 등 주요 공관에 보내달라는 인사 청탁이 지연(地緣)과 학연을 앞세워 줄을 잇는다니 이러고서야 격조높은 국제 외교를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결론적으로 외교관에 대한 무정견하게 잦은 인사이동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되고 상부의 눈치나 보고 정치 실세에 줄이나 대는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외교 부재(不在) 현상을 부추기는 것임을 다시한번 지적한다. 이와 함께 '외교'만 전담해도 벅찰판에 외교부에 통상부까지 덧붙여 외교통상부로 통합한 것은 통상업무를 아예 뒷전으로 팽개치고 외교는 외교대로 정체성을 흐려놓는 개악(改惡)이었다는 일부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세계화, 국제화의 추세속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과거 어느때보다 중차대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시점에 전문 외교관을 양성해도 시원찮을 터수에 외교관 인사에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게다가 외교부 실세들이 학연, 지연에 따라 제 사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이 대사의 지적은 참으로 뼈아픈 충고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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