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가본 2025년-(5)인간과 로봇

입력 2000-02-10 14:01:00

요즘 인터넷 TV뉴스엔 유전자 조작 범죄가 자주 등장한다. 질병 치료 이외의 유전자 조작은 금지돼 있지만 부유층들이 멀쩡한 자녀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이 종종 발생해 충격을 준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녀를 생물학적으로 우등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평론가들은 유전자 조작이 생물학적 계급 사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부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일반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법으로 금지해 놓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고 따라서 혜택이 부유층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지능화되는 로봇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유전자 조작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업무는 분업화와 전문화의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노동자는 노동력만을, 지식인은 오직 지식만을 요구받는다. 부분적이고 특별한 능력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인공지능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설자리는 좁아졌다. 지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는 사무기계, 노동기계, 지식기계들이 인간을 대신한다. 이 같은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도시 구석구석을 부랑자로 떠돈다

얼마 전 TV에 보도된 40대 직장인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난 그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육체노동 일자리를 얻기 위해 멀쩡한 팔다리를 떼어 내고 인공 팔다리를 달았다. 수술비용을 갚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린다고 한다.

비교적 21세기 사회에 잘 적응한 내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컴퓨터와 통신이 발달하면서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노동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한 시간쯤 고성능 현장 로봇의 브리핑을 받고 지시를 내린 후에는 진통제를 먹어야 할만큼 머리가 아프다. 고도로 지능화된 로봇이 매우 복잡한 보고서를 빠른 속도로 올리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중심에는 소수 권력자들과 불평하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서 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명령하고 일한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갈수록 큰 격차를 보이며 민주주의와 인간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지구의 지배자는 공룡에서 인간으로 결국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과거 공상과학 소설이 이제 현실이 돼 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인간축구 대표팀이 로봇 축구팀에 대패한 사실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로봇공학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걱정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로봇은 이미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기계 수준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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