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빈곤퇴치마저 총선용인가

입력 2000-02-10 00:00:00

IMF 경제위기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계층이 저소득층이고 지역민이다. 게다가 정보화와 세계화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진행으로 가장 손해를 본 것 역시 저소득층이고 지역민이다. 소위 20:80의 논리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현상은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빈곤퇴치 정책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방법에서는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식의 작은정부 형태로 정부세금과 복지비를 줄여 기업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경제를 부강하게 만들어 간접적으로 빈곤을 퇴치하는 방법이 있고 유럽식의 큰정부 형태로 세금을 높이고 복지비를 늘려 정부가 직접적으로 빈곤을 돕는 방법이 있다. 결과는 미국식이 효과적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경기호전으로 더 걷힌 3조5천억원의 세금을 빈곤구제에 쓰겠다는 것도 그리고 막대한 이익을 올린 기업에게 빈곤구제에 나서라고 권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절대적 방법은 아니다. 국민의 빈곤도 심각하지만 국가의 빈곤도 심각한 문제다. 채무보증까지 합친다면 국가의 빚이 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위기 상황에서는 국가재정의 충실을 우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선택의 문제이지 절대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당위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저소득층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왜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빈곤퇴치문제를 꺼내는 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지난해 상상도 못하는 이익을 올린 기업이 있다"면서 이들이 빈곤계층,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데 나서는 것이 사회적 화합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강요는 할수 없다'면서도 '권유하는 조정자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역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익의 사회적 환원은 좋은 일이다. 그래도 그 수준에서는 언제나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고 보면 부처의 실행단계에 와서는 엄청난 부작용이 이러날 가능성이 높다. 다시말해 기업 이익의 사회적 환원이 너무 많으면 우선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우리나라 20대 기업의 연구비는 일본의 한 회사 연구비보다 작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기업은 살아남아 사원을 먹여살리는 것이 가장 큰 애국인 것이다. 준조세를 줄이겠다는 약속과도 다르며 정도에 따라서는 자본주의 근본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IMF를 가장 먼저 졸업하는 곳은 우리가 아니고 오는 6월 태국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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