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피학살자 유골 정부 공식입장 없어 난항

입력 2000-02-07 00:00:00

"유골이 방치돼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습할 길이 없어 답답한 심정입니다"경북 경산시 폐 코발트광산에서 발견된 한국전쟁 당시 피학살자 유골과 관련, 대구와 경산지역의 시민.민중운동 단체들이 위령제 준비와 함께 유골 수습에 나섰으나 유골을 합법적으로 안치할 방법이 없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구경북연합과 경산 시민의 모임은 한국전쟁 직후 대구.경북지역 피학살자들의 유족을 모아 오는 6월 쯤 유골이 발견된 경산시 폐 코발트광산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 중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피학살자 위령제엔 유골 발견 이후 대구.경북지역의 시민.민중단체에 연락을 취한 유족들과 최근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는 한국전쟁 직전 제주도 4.3사태와 관련 유족 일부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됐거나 폐광산 내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관련해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아 유골 수습에는 상당한 애로가 있을 전망이다.

이들 피학살자들의 시신을 임의 수습할 경우 사체유기 등 불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시신 수습에 앞서 법률적 처리가 먼저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망할 경우 시신은 반드시 경찰의 검시.부검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쳐 사망원인이 규명된 뒤 의료기관으로부터 사망진단서나 사체검안서를 발급받아야 사망신고와 함께 매장.화장 등의 방법으로 안치할 수 있는 것이다.

경산 시민의 모임 관계자는 "폐광산의 피학살자들은 50여년 동안이나 방치된 끝에 언론을 통해 정부와 시민들에게 공개된 뒤에도 시신이 방치되고 있다"며 "지역 시민단체들과 합동위령제를 지내기 전에 정부가 법률적 정리라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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