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비산지하도 상판·벽체 균열·침수

입력 2000-02-07 00:00:00

◈전문가 사고원인 진단

균열현장 응급복구

대구시 서구 원대동 비산지하차도가 균열돼 관계 당국이 5일 응급복구 작업을 벌였다.

대구지하철 2호선 8공구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난 지 2주만에 또다시 지하시설물 및 핵심교통시설물에 대한 부실한 안전관리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일 일어난 대구시 서구 원대동 비산지하도의 균열 및 침수현상은 지난 83년 상수도 배수관 매립공사와 지난 97년 지하도 보수공사 때 철저한 안전관리와 시공이 이뤄지지 못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상수도본부는 지난 83년 비산지하도 동편에 400㎜ 배수관을 새로 설치하면서 서편의 900㎜ 배수관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연결된 기존의 낡은 400㎜ 배수관을 철거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대구시상수도본부 급수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지하도 서편 배수관에서 연결관으로 분기되는 지점에서 물이 새나왔다"고 진술, 낡은 400㎜ 배수관을 폐쇄하면서 잠금밸브(제수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노후 연결관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시상수도본부 관계자도 "서편 900㎜ 배수관의 경우 부식방지처리를 한 내식성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파열될 가능성이 없다"며 "설연휴를 맞아 수돗물 사용량이 크게 줄어 상수도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400㎜ 노후 연결관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긴급안전진단을 벌인 한국안전기술단과 각 대학교수로 구성된 전문가들은 비산지하도 서편 900㎜ 상수도관에 연결된 400㎜관이 파열돼 흘러나온 물이 지반이 약한 동편 지하도에 몰려 부력과 토압이 가해지면서 도로부분의 지반이 솟구쳐 균열이 나타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또 이번 사고가 난 비산지하도의 경우 지난 97년 8월 구조별 균열과 누수현상이 나타나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98년 7월 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수공사를 벌인 지 1년6개월만에 상수도관의 일부누수로 심각한 균열현상이 일어난 것은 보수공사가 허술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구지역 수도관로 7천262㎞ 가운데 교체해야 할 비내식성 관은 3천564㎞이며 이중 20년 이상된 비내식성 관만 793㎞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비산지하도 균열사고에서처럼 상수도관 교체작업을 하면서 기존 노후관을 철거하지 않고 지하에 그대로 방치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金炳九·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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