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르테-주부의 가사노동

입력 2000-02-03 15:03:00

주부의 가사노동은 소득증대와 더불어 기회비용 가치가 크게 올랐다. 그러나 국민소득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른 노동과 달리 타 경제부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뿐더러 가사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적절한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사노동을 생산활동에 포함시키면 거의 모든 성인인구가 경제활동 및 취업자 범주에 들어가 실업문제에 대처하는 경제정책이 필요 없어진다. 그래서 국민소득에 포함되는 가사노동은 가정부·파출부·가정교사·요리사 등 유급 고용인의 생산서비스 뿐이다. GDP의 0.2%인 1조원 정도만 국민소득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에 반영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유엔기구(UNDP)가 중심이 되어 무급 가사노동 평가방법에 관한 국제적 통일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여성개발원과 통계청이 평가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국민계정과 관련한 사항을 자문하고 있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무급 가사노동으로 선정한 요리·청소·세탁·수선·간호·육아·기타 가정잡일과 사회봉사활동을 화폐가치로 추정계산한 규모는 GDP의 15~20%였다. 이것을 우리나라 628만명의 전업 주부에 적용하면 주부 1인당 연간 무급 가사노동은 약 1천만원 안팎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일용근로자의 통상 연간 수입보다 1.5~2배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전업 주부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이혼할 경우 일용 근로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의 예로 볼 때 가사노동의 가치는 재평가돼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 가사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는 것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족구성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승철·한국은행 대구지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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