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1990년대 우리 사회뿐 아니라 한국 문학에 있어 하나의 담론으로 자리잡았다. 동구권 붕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개인의 실존적 욕망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면서 일상성과 내면성, 타자(他者)성, 주변성에 대한 추구가 여성성과 맞물려 '여성적인 것'이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이다.
페미니즘 문학이론이 본격적으로 학계와 문단에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말. 하지만 이같은 페미니즘 연구 열기는 학문적 관심이나 외국이론의 소개에 그치거나, 지나치게 여성해방적인 시각이 중시됨으로써 한국문학에 맞는 실제적인 적용에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페미니즘의 허와 실에 대한 진단을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의 결과가 나왔다.
한국문학연구회가 묶어낸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한길사 펴냄)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90년대 뚜렷한 작업성과를 남긴 여성작가 13인의 작품을 진단하고 그 의미를 평가한 연구서다.
오정희 박완서 김채원 김향숙 최명희 이혜경 김인숙 신경숙 김형경 최윤 공지영 공선옥 은희경씨 등 작품세계나 여성 의식에 있어 다양한 편차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소설이 분석대상이다. 여성 국문학자 13명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이들 여성작가들이 무엇을 다루었는가에 비중을 두기보다 어떠한 방법으로 여성문제를 형상화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20~30년대, 50~60년대에 활동한 여성작가들과는 크게 달라진 면과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점을 동시에 밝혀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명지대 김복순 교수는 오정희씨의 작품세계에 대해 '여성의 광기를 화두로 모성혐오증과 가부장제에 대한 역(逆)담론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이선미(인덕대 강사)씨는 박완서 소설에서 여성들의 소외와 삶의 위기를 직면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억압과 허위성을 극복하는 인물상을 찾아내고 있다.
또 "최명희의 대하 예술소설 '혼불'에 나타난 여성의 존재방식은 단군신화의 웅녀처럼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한 여성의 수동적 삶을 적시하고 있다"(이덕화 평택대 교수), "남녀가 통합되는 공간, 남녀가 함께 이뤄내는 궁극적인 유토피아로서의 여성주의 공간이 최윤 소설의 지향점"(이호숙 이화여대 강사), "공지영 소설에 있어 지식인 여성의 정체성 상실의 문제와 남성 폭력에 대응하는 여성성의 문제는 여성의 홀로서기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김현실 용인 송담대 교수) 등의 글은 페미니즘문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필자들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 대해 문학성과 이념성 모두를 문제삼거나,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별이나 차이를 모두 문제삼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 문학에서의 거부나 분리, 분노 등은 과정으로서의 의미만 지닐 뿐 그 자체가 결론은 아니라고 말한다. '페미니즘을 통한 휴머니즘의 구현'이라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 여성문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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