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위가 기로에 섰다.
인구 상·하한선을 대폭 상향조정한 것과 관련,"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한나라당 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회의가 파행국면으로 치닫게 되면서 활동시한인 27일 중 최종안을 도출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해 지고 있다. 여권은 이날 야당 측이 회의에 끝내 불참하더라도 앞서 조정된 인구 상·하한선을 토대로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을 매듭짓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민간위원 측에선 일단 시한연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인 변정일 의원은 전날 전국 선거구의 평균 인구수에서 100분의 60을 넘거나 미달할 경우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인구수를 9만~35만명으로 규정한 획정위 안은 이에 저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선거구 평균 인구수가 20만8천500명인 만큼 인구 상·하한선은 8만3천400-33만3천600명이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야당 측은 또한 표의 등가성 차원에서 획정위의 인구편차보다 더욱 축소, 3대 1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호남간의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영남지역이 상대적으로 선거구가 많이 줄게 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실제로 호남과 충청이 각각 8, 4석 줄어드는 반면 영남은 최고 14석이나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야당 일각에선 4명인 민간위원 전원이 획정위 안에 찬성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이회창 총재가 앞서 획정위 결정사항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 이를 정면 거부하고 나설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이와 관련, 선거구가 상당수 감축되는 데 따른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이 우선적으로 제기됐다. 여론을 의식할 경우 선거구 축소가 불가피한 데다 획정위 안의 표결에 참석한 뒤 뒤늦게 이를 거부하기도 무리라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획정위 안이 실제로 여당에 비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재논의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도 했을 법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야당이 제시했던 8만5천~32만, 8만5천~33만, 9만~33만명 카드를 둘러싼 절충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8만5천~32만명의 경우 여야가 한때 상당수준 의견을 접근시키기도 했었던 것이고 9만~33만명 역시 획정위 안에 근접해 있다. 특히 9만~33만명안에 따르면 대구 동구와 구미, 진주 등의 갑·을 선거구는 되살아 난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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