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전격적으로 조기 사임을 발표했다.
옐친은 이날 국영 ORT TV를 통해 "당면한 과제가 많고 이 과제들은 보다 새로운 세대들이 해결해야 한다"면서 후진, 정확히 후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사임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옐친의 사임 발표는 좋은 의미에서 지난 91년 소연방이 해체되고 자본주의 및 민주화 정책을 수행해 오면서 기존의 사회주의권 문화 및 정치권과 숱하게 충돌해왔지만 이제 이런 시기는 지나갔다고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사임과 함께 '젊은 세대에게 과제를 맡김으로써' 이런 충돌과 반목의 시기는 지나갔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자신의 가신(家臣)으로도 평가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체첸에 대한 강경책 등으로 인해 취임한 지 한달여만에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의 대중적인 인기도는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크렘린의 발의로 급조된 친(親)크렘린 및 정부계의 '단합당'이 지난 19일 총선에서 대약진 한데서도 읽을 수 있다.
'단합당'의 강령이라고 해봐야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정책의 연속성'등 두가지에 불과했으며, 단합당 소속 의원 후보들도 운동선수거나 전혀 대중적인 인지도가 적은, '비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옐친으로서는 지난 총선을 통해 '후계자' 푸틴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 확인은 물론 친정부계 다수 정당의 출현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셈이 됐다.
옐친 개인적인 입장을 감안하면 사임 배경은 더욱 분명해 질 수 있다.
옐친과 그 가족들은 푸틴 총리의 대(對) 체첸강경책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외적으로 무수한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있었으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안전한 사후보장이란 이미 물건너간 것이 됐을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푸틴 총리의 인기가 절정에 있을 때, 그리고 친정부계 다수 여당이 출현했을 때 용퇴하는 것이 옐친으로서는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크렘린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것은 분명하며 이럴 경우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푸틴의 인기도 덩달아 떨어지고, 결국은 단합당 역시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푸틴 총리의 인기도와 이번 총선 결과는 옐친으로 하여금 '젊은 세대로 나간다'는 명분과 함께 개인적인 사후보장 등 두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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