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시(回文詩)를 아십니까'. 회문시란 첫머리부터 내리 읽거나(順讀), 끝에서부터 역으로 거슬러 읽거나(逆讀) 뜻과 형식이 정연하게 들어맞는 한시(漢詩)양식의 하나.
팔십 고령의 만학도가 최고의 회문시로 전해오는 선기도시(璇璣圖詩)를 구체적으로 분석·정리한 한시(漢詩)사상 최초의 선기도시독시집(璇璣圖詩讀詩集)을 내 국내외 한문학계를 놀라게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대 사회교육원 한문학과 명예 대학원생인 서국중(徐國重·80·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옹.
서옹이 풀이한 선기도시(璇璣圖詩)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진(秦)나라의 소혜(蘇惠 )란 여인이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비단에 수 놓은 것으로 가장 복잡한 회문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한시는 선회하면서 읽거나(旋讀) 대각선으로 읽는(斜讀) 등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도 다 독자적인 작품이 되는 것으로 간단한 회문시와 구별해 반복회문시(反覆回文詩)로도 부른다. 가로·세로 29자씩 841자가 바둑판처럼 배열된 선기도시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시를 읽어낼수 있을까'가 역대 시인들의 중요 관심사였을 정도.
이에 따라 중국 원(元)나라 초 기종(起宗)이란 승려가 선기도시에서 3천752수의 시를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했고, 청(淸)나라 초에 강만민(康萬民)이 7천958수의 시를 읽을 수 있는 8개의 도표를 정리해 선기도시독법(璇璣圖詩讀法)이란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선기도시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8천여수의 한시를 일일이 풀어서 정리한 것은 서옹이 처음이다. 강만민 이후 중국·한국·일본 어디의 학자도 엄두를 못냈던 일.
주로 7언절구로 이루어진 서옹의 선기도시독시집 상·하권에 기록된 글자 수는 자그만치 22만자. 서옹에게 한시론(漢詩論) 강좌를 맡았던 경북대 한문학과 황위주(黃渭周)교수는 "그동안 학계에서도 못했던 어렵고 방대한 작업을 80세 고령의 만학도가 몇년만에 완성한 것은 실로 경탄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달성군 유가면 출생으로 어릴때 부터 선친에게 한학을 배웠던 서옹이 회문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북대 명예 대학원생으로 황교수의 강의를 듣던 95년 2학기 무렵. 당시 강만민의 선기도시독법을 처음 접하고는 그길로 회문시 풀이에 매료돼 꼬박 3년반 동안 매달렸다.
학계에서는 서옹의 작품이 비록 정식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필사본 상태로 간행됐지만 그 업적은 사뭇 값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옹은 자신의 저작이 "한문학계의 귀중한 자료로 남았으면 한다"며 후학들의 반복회문시에 대한 좀 더 심도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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