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정상회담, 서둘러선 안돼

입력 1999-09-29 15:00:00

유엔총회에 참석중인 북한 외무상 백남순(白南淳)이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것은 그 저의가 어떤것이든 일단 우리의 관심을 끈다. 비록 그가 "남한측이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7.4공동성명 정신을 존중하고 우리의 협상제의를 받아들인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은 90년대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백남순외무상의 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겠다는 진지성이나 무게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베를린회담 타결로 북.미, 북.일관계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남관계에도 소홀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폐쇄국가'의 오명을 벗어보겠다는 것이 백남순의 발언 배경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실상 남북관계는 지난 6월 서해교전과 남북 차관급회담의 결렬,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대립 등으로 지금 갑작스레 남북정상회담을 운위할 계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백남순은 "한국의 햇볕정책은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를 변질시켜 남한체제에 흡수통일 시키려는 반북(反北)책동"이라 비난한후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는 전적으로 남한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있다는 것은 저들이 남북한 정상회담에 별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는 증좌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고위급 이상의 회담을 제의할 때마다 국가보안법 철폐, 외세 배격, 통일 애국인사의 자유로운 활동보장 등 남한측이 지키기 어려운 선행조건을 내걸고 선전선동에만 주력했을뿐 정작 회담 성사에는 관심이 없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백남순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의례적인 발언'정도로 개의치 않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입장이야 어떻든간에 사소한 저들의 움직임이라도 가볍게 다루지 말고 남북이 대화할 수 있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만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언제라도 남북 정상간의 대화에 응할 수 있게끔 만전의 준비를 갖추고 예의 주시하되 정상회담 개최에 연연해서 북한쪽에 질질 끌려다녀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기왕 언급한 판에 진심을 털어놓고 회담 개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결국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해소키 위해서는 남한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것이고 보면 남한 봉쇄 외교는 이제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쪽의 좀더 진지한 정상회담 제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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