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남기행(37) 국내 최대 자연 늪 창녕 우포늪

입력 1999-09-27 14:14:00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국내 최대 자연늪. 수서식물의 보고. 살아 있는 곤충박물관. 철새의 왕국 우포늪.

우포늪과 함께 억새풀의 화왕산, 부곡온천, 국보33호 진흥왕 척경비, 국보34호 삼층석탑, 중요무형문화재 26호 줄다리기, 27호 쇠머리대기 등 수많은 문화재는 창녕의 자랑이자 지켜가야 할 자산이다.

낙동강 지류 토평천 유역에 위치한 우포늪은 3개면 13마을이 연해 있다. 우포와 목포, 사지포, 족지벌 등 4개 늪지로 이루어진 가로 2.5 세로1.6km, 넓이 230ha(70만평)의 서울 여의도 면적만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늪이다.

이곳에는 조류로는 논병아리, 고니 등 62종, 어류로는 왜물개, 돌마라 등 28종, 곤충 및 동물로는 잠자리과, 방울벌레, 논우렁 등 84종, 습지식물로는 창포, 마름, 자라풀, 가시연꽃 등 168종이 서식. 동.식물이 무려 342종으로 표본조사되어 있다.

테마휴가지로 최적격인 우포늪은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일부 비포장이지만 도로가 개설되어 있으며 1천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어 자연의 고문서 '생명체 박물관'으로 불린다. 우포늪 둑에 서면 1억4천년전 신비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부들, 창포, 붕어마름, 생이가래, 자라풀 등이 융단을 깔아 놓은듯 물을 뒤덮고 실잠자리, 긴꼬리나비 등 각종 곤충 등이 하늘을 수 놓는다.

늪지 주변을 포함 860ha(260만평)에 이르는 광범위한 면적이 '자연생태 보전지역'으로 98년 국제습지보전(람사)협약에 가입, 세계에서 101번째 가입국이 되었다.이곳이 '자연생태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포늪을 자연학습지나 생태관광지로 활용하자는 소리가 높다.

이에따라 우포생태학습원(유어면 대대리)이 지난8월5일 영남권 환경운동연합 중심으로 개원됐다.

우포생태학습원은 대지 2천300여평에 건평 340평의 2층 옛 회룡초등학교 건물을 창녕군이 무상 임대해 개조한 것이다. 1층교실에는 우포늪을 조망할수 있는 종합안내실, 습지연구회의 생태자료관, 지역주민들의 옛생활 도구들이 전시된 민속공예관, 그리고 짚풀문화연구회의 작품이 전시된 짚풀전시관 등이 있다.

우포생태학습원은 우포늪까지는 걸어서 15분거리로 생태관광 및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창녕환경운동연합 이철우(31)사무차장은 개원이래 전교조 밀양지회 교사 40명, 서울의 '젊은지리교사 모임'회원 30명 등 현재까지 1천여명이 다녀갔고 오는 11월에는 부산 동래중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 정기코스로 예약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우포생태학습원은 재원부족으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할 숙박에 따른 침구류 스쿠버장비, 망원경 등 장비 부족과 비가 새는 건물 등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포생태학습원 . (0559)532-7856)

우포늪에서 한평생을 어업에 종사하며 살아온 이들 중 특히 박한득(50.이방면 소목리)씨 등 15가구 전주민은 가물치 양식 붕어 논고동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어선 12척에 논고동 채취를 등록한 이가 85명으로 붕어는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란다.

현재 창녕에서 고려인삼집을 운영하고 있는 홍종호(49)씨는 "우포늪에 붕어만 공급받아 붕어에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며 "주문후 2~3일 기다려야 가져갈 수 있으며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12년간 우포늪을 촬영한 사진작가 성낙송(38)씨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우포늪에 매료되어 습관처럼 찾고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며 "있는 것을 없애는 개발이 아니라 땀흘리며 체험하는 자연학습지로서의 우포늪으로 영원히 우리곁에 있어주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현재 성씨는 창녕읍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포늪과 화왕산 등을 배경으로한 엽서를 만들어 관광창녕을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은 알지만 생계에 다급한 주민들과 환경단체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 97년 황소개구리 잡기대회를 개최하는 환경단체와 일부주민들이 이를 저지하며 심한 몸싸움까지 벌여 반쪽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람사협약으로 막대한 주민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고 창녕군의회 의원 14명이 전원일치로 우포늪의 람사지정을 반대하는 결의를 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습지보전은 주민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우포늪 생태관광지 개발과정은 중앙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더라도 구체적인 습지보전 계획 수립과 추진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참여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곳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삶을 우포늪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염된 낙동강물이 홍수시 역류, 우포늪도 덩달아 오염돼 양식으로 인한 수확이 최근에 크게 줄었다. 자연생태 보전지역 지정으로 그간의 경제활동을 못하게 될까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우포늪에서 주민들이 행하고 있는 경제활동은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공해없는 산업이나 주민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승인 결의는 지방의회가 조례로서 규정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정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요구에 의한 적정한 개발욕구를 수용하면서 성공적인 늪지보전으로 지역의 자랑거리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야 한다.주민, 환경운동연합, 행정당국이 수차례에 걸쳐 생태계 보전지역인 람사협약 가입 등을 둘러싸고 대립을 보였으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 갈등관계는 모범적으로 결말이 났다.

이에따라 중앙정부도 '자연생태계보전지역'에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철새들의 먹이공급처이자 휴식처인 늪지주변의 땅을 중앙정부 환경당국이 매입하거나 임차를 서둘러야 하며 예산수반은 철저하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를 잘 이행하지 않으면 열악한 재정빈곤으로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는 불을 보고도 끄지 못하는 우를 범할 것이고 우포늪이 천혜의 보고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다.

글:曺奇煥 기자(창녕지역 담당)사진:成樂松(사진작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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