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차분한 한가위'

입력 1999-09-22 14:36:00

백화점마다 쇼핑인파가 북새통을 이루고 상품권이 날개 돋친듯 팔리는 등 추석명절 소비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살아났으나 경찰서.시.군.구청 등 공직 사회는 사정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같은 공직사회 분위기는 정부가 사회 전반에 대한 성역없는 사정과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등을 제정함에 따른 것으로 지역 공직사회는 민원인을 제외한 외부 인사의 관공서 출입 금지, 열차표 청탁 근절 지침 등으로 차분한 명절을 맞고 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2일 대구시내 각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주변은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쇼핑 차량들로 교통 정체를 빚는 등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기업체나 시민들이 거래처나 친지들에게 줄 선물 구입량을 대폭 늘려 유통업계는 명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

실제로 대구지역 한 주방기구 제조업체의 경우, 올 추석에 거래처에 돌릴 선물을 지난 해 추석과 비교해 50%이상 늘렸다. 대부분 선물이 백화점 상품권이지만 이 업체는 올해 주요 고객들에 대해서는 고급 한약재까지 선물로 준비, 달라진 경기를 반영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공직사회는 '명절을 느낄 수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실정.

대구시내 한 경찰서는 추석연휴 1주일전부터 정문에서 출입하는 민원인들의 용무조회를 하는 등 '선물반입금지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연휴가 가까워 오면서도 경찰서 간부들을 찾는 내방객은 뜸한 형편이다.

내방객이 줄어들면서 늘어난 것은 전화. 선물전하는 것이 어려우니 전화통화를 통한 명절인사가 늘고 있다는 것.

지난 설 명절까지만 해도 간부급 공무원들사이에 그리 어렵지 않았던 '연휴기간중 기차표 확보'도 난항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 철도청장이 직접 기차표 청탁 근절을 선언하면서 예매를 하지 않은 고위 공직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崔敬喆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