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란 무엇인가 마굴리스·세이건 공저

입력 1999-09-21 14:04:00

'섹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생명이나 성, 죽음은 반드시 우주전체의 에너지 차원에서 고려해야만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신비한 힘을 가진 '섹스'의 의미와 기원을 밝힌 책이 번역출간돼 눈길을 끈다.

미국 MIT대학 생물학과 린 마굴리스 교수와 과학해설가 도리언 세이건이 함께 쓴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펴냄). 성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성적인 관계로서의 섹스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성의 기원에서부터 성의 진화사를 더듬어 성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사이버섹스까지 성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생물의 진화에서 성의 진화사를 따로 독립시킨 이 책에서 저자들은 성의 기원을 박테리아 종들의 잡종과 유전자 조작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초의 생물인 박테리아는 20억년동안 암수 구별없이 아무하고나 접합했다. 박테리아들은 위기가 닥치면 서로 먹고 먹히며 또 유전자를 교환한다. 이 유전자의 교환과 합병, 손상된 유전자의 복제에서 이미 진화의 방향은 가닥이 잡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접합의 결과로 두 세포가 한 세포로 되면서 염색체의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이후 생식세포들이 자신의 번식을 위해 본격적으로 성행위를 하게 되면서 그 결과 고등생물에게는 '죽음'이라는 숙명이 뒤따르게 되었다.

인간의 상식과 달리 지금도 많은 생물들은 성행위가 없이도 번식한다. 하지만 인간처럼 종족 번식에 반드시 섹스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에게 있어 섹스는 에너지 전환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은 섹스를 통해 쾌락을 얻고, 삶을 이어나가며 생명의 복잡성을 증진시킨다. 이런 성의 열역학적 배경을 설명한 이 책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성의 진화를 살피고 있다.

저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현대인보다 더 성생활이 난잡하고, 성행위 횟수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난자와 결합하려는 정자들의 경쟁이 과거로 거슬러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것이 그 증거. 또 성행위가 끝나면 배우자를 잡아먹는 거미의 사례에서 볼때 양성을 가진 사람, 호모섹슈얼리티, 레즈비언 등이 돌연변이가 아니라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자연계의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인간에게 있어 과거 유인원 시대의 성생활 흔적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현대 동식물 세계에서 섹스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등 다양한 면면을 소개한다. 생존에 불리한 연약한 몸매의 여성이 요즘시대에 더 선호되는 이유를 설명한 자하비의 '핸디캡 원리'와 우리 몸 안팎에서 성적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화학물질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또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의 발전에 힘입어 점점 더 심화되어 가는 인간과 기계와의 결합(사이버 섹스)을 새로운 성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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