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 '싸워 죽기는 쉬워도…'

입력 1999-09-21 14:11:00

임진왜란의 참상에 대해 국왕 선조를 따라 의주까지 피난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유성룡은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러 걸을 수가 없었다"고 '징비록'에 남기고 있다.

당시 참상을 직접 보고 겪었던 이들이 남긴 이런 기록들을 통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흔히 임진왜란 하면 따콩따콩하던 조총을 떠올리면서 다소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는 전쟁의 모습이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이내옥)이 최근에 '사료로 보는 임진왜란'이라는 부제를 붙여 출간한 '싸워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사진'(혜안펴냄)는 현대인들이 임란에 대해 갖는 '역사낭만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고발이다.

이 책은 간단하다. '징비록'이나 '지봉유설', 한치윤의 '해동역사', 신경이 쓴 '재조번방지' 같은 임란의 직·간접 경험자들이 남긴 기록에서 이 전쟁과 관련되는 기록들 중에서 적절히 가려뽑아 한글로 옮겨 묶은 것이다.

그러나 기록들만 지리하게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제별 분류를 했다. 임란직전과 개전초기 일본군의 파죽지세, 조선군의 저항, 역전된 전세, 정유재란, 전쟁 뒤의 모습으로 각각 나눴다.

여기에는 불국사가 돌다리와 석탑만 남긴 채 2천여칸이 몽땅 불타버렸다거나 백성들에게는 안심하라 해놓고 국왕 선조가 몰래 피난해버린데 분개해 백성들이 왕실과 노비문서창고를 불질렀다거나 하는 사실과 이순신과 원균의 원한, 사명당의 활약, 왜군을 첫 상대했던 동래부사 김상현의 순국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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