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한번 내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한말에 대해 무리하게 정당화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
이번 동티모르 전투병 파병문제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촉발한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서 열린 APEC(아태경제협력회의)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 참상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인권대통령으로 알려진 김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있자마자 한국군의 동티모르 파병논의가 급속하게 진행됐고 베트남전쟁 이후 전투병의 첫 해외파병이 초읽기에 들어 간 것이다.
정부는 21일 동티모르 파병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데 이어 27·28일쯤 국회동의 절차를 밟을 모양이다.
동티모르는 74년 포르투갈이 식민주의를 포기하면서 이웃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강제 합병됐다.
동티모르는 이후 24년동안 인도네시아에 의해 20만여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독립을 원했으나 독립할 기회마저 잃고 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가 몰락하고 IMF가 닥치자 동티모르의 자결권이 서서히 태동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뉴욕협약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제시한 '자치'와 이를 거부한 '독립'을 놓고 동티모르는 주민투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절대다수인 78.5%가 독립을 지지했다.
개표결과가 나오자 마자 인도네시아계 민병대는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파괴를 일삼아 결국은 유엔이 다국적군을 파견하기에 이른것이다.
정황으로 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인도적으로 잘한 일이고 국제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크게 높일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이란 종종 그렇게 간단한 수식처럼 풀리지는 않는다.
우선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아시아제국 등 주변국가들의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파병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티모르주민들을 위해선 당연한 파병일진 몰라도 '자치'를 원하는 많은 인도네시아 인들은 파병자체가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지 2만여 인도네시아 동포들도 한국의 전투병파병은 현지동포들을 말살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광고문을 국내 일간지에 게재했다.
비전투요원파병이 아닌 전투병을 파병하면 민병대와의 충돌은 불가피하고 결국은 월남전때처럼 국가 이미지만 손상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이들과 충돌해 인명살상 등이 자행된다면 한국을 적대국가 대열에 놓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 현지 동포에게 가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동포들의 신변안전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살리고 30년간 쌓아온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파병을 않거나 파병하더라도 비전투 지원부대를 파병해달라는 요구다.
다국적군은 평화유지군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국적군은 필요한 경우 무력행사도 불사하는 것으로 단순한 치안유지에 중점을 두는 평화유지군 활동과 차원이 다르다.
이미 다국적군(특히 호주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서겠다고 나온 민병대가 게릴라형식으로 공격해올 경우 인명살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간 어쩌면 자기들 국내문제에 구태여 전투부대를 파병할 이유가 있느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지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상황에 있고 IMF터널도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회동의 과정에서라도 꼭 전투부대를 파병해야 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