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너지 다소비체질 바꿔야

입력 1999-09-20 15:05:00

국제원유가 상승이 석유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입원자재 값 급등을 몰고와 마침내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무역수지 악화와 공산품 가격상승으로 국내경기의 침체와 물가불안이 예상돼 IMF관리체제 이후 이제 겨우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 전반에 큰 쇼크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8월중 가격동향조사로는 주요 수입원자재 50개 품목은 전달에 비해 6.1%나 올랐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선 무려 22%나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원유값이 연초에 비해 두배 이상 오르는 바람에 프로판이 42.1%나 오르는 등 석유류제품값이 크게 올랐고 석유화학제품도 오름세가 컸다.

국제원유가 상승이 이같이 경제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있어온 터다. 이미 80년대에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제원유값의 등락이 우리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국내경기의 해외 에너지경기의 종속화를 뼈저리게 체득했던 바다. 당시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장단기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정책을 내놓고 부산을 떨었지만 경기가 호전되고 정부가 바뀌면서 다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다만 석유류제품중 휘발유 한 종목만 고유가정책을 유지한 것 뿐일 정도다.

그 결과 88년 이후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계속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에너지 과소비를 지속해온 것이다. 88~95년사이에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7.63%증가에 머문데 비해 에너지소비량은 연평균 10.38%로 엄청난 과소비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거품소비와 90년대 이후 정부의 장치산업육성, 물가관리에 우선을 둔 에너지정책이 이같은 구조로 만든 것이다. 산업분야 가운데 석유화학-철강-제지-시멘트 등 제품원가에서 에너지 비용이 10%이상 차지하는 업종이 우리의 경우 총에너지소비의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은 이것이 약 60%에 불과하다. 에너지과소비 산업구조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제 더이상 이같은 산업구조를 방치한다면 오일쇼크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유가상승 때만 임기응변적 대책을 되풀이할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물가관리에만 매달리지말고 에너지가격을 시장기능에 맡기면서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에너지절감형 제품개발.가정과 산업연료의 액화천연가스로의 전환 시책 등을 꾸준히 밀고나가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를 구축해야한다. 기업들도 에너지 절약방안을 연구개발해 유가인상에 운명을 맡기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하고 소비자들도 물가를 탓하기전에 에너지 절약을 철저히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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