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국민들 호주머니는 수도꼭지

입력 1999-09-20 14:23:00

문화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경제를 담는 그릇이 문화고 곧 닥칠 새로운 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국가들마다 총성없는 한판 문화전쟁은 피할 수 없게돼 있다. 자존심 상하는 비유지만 미국은 영화 '쥬라기공원'한편으로 우리의 자동차 150만대 수출효과와 맞먹는 8억5천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저 질릴 뿐이다. 어저께 문화예산이 사상 처음 정부예산의 1%를 넘었다해서 야단들이었다. 문화계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고 했다. 마치 내일 당장 문화대국이 되는 것처럼 침한방울 튀기지 않고 흥분하는 축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관광부문을 빼고나면 결코 우리의 문화인프라를 탄탄하게 다질만한 액수는 아니다. 문예진흥기금 이라는게 있다. 쉽게말해 극장갈때 입장료 5천500원중 335원이 그 돈이다. 늘 찜찜하게 붙는 준조세 성격의 세금이다. 각박한 예산으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허덕일 때 이 기금이 그런대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거둔 것만 약 7천300억원. 한해 약 200억원 안팎이다. 기금운용에 물의가 빚어지는 등 말썽도 있었다. 2002년 말까지만 거두기로 했는데 정부는 느닷없이 2년을 더 연장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수도꼭지로 착각한 인상이다. 이 기금의 징수연장 논리가 가관이다. 기금목표액 4천500억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꼭 그 액수이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 샴페인을 터뜨릴때는 언제고 아직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하다니. 자존심도 없는 정부같다. 더욱이 규제개혁위원회가 그랬다니 이게 개혁인지 반개혁인지도 조차 모르는 것 같다. 정부의 다른 부서인 건교부는 경부고속철 차량수요 예측 잘못으로 4천900억원을 날릴 판이다. 문화부 1년 예산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한 쪽은 펑펑 물쓰듯 하지만 다른 한 쪽은 여전히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정부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수도꼭지로 착각하는 정부의 문화인프라로서는 다가올 세기가 그저 암담할 뿐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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