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동티모르에 국제평화유지군(PKF)을 파견키로 결정했다. 지난번 코소보의 인종 청소처럼 주민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동티모르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굴복,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사태는 수습 국면을 찾게된 것이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도 의무부대 및 공병대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부대 파견을 검토중이란 보도다. 전투부대의 파병은 우리 장병이 살상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평화유지군 파견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광복이래 6·25전쟁 등 국란을 겪으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세계 교역량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만큼 이제 우리도 지금까지 진 부채를 갚는다는 측면에서도 평화유지군 파병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동티모르 사태는 지금 긴박하다. 마지못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인도네시아군(軍)이 살인, 방화, 주민강제이주 등 만행을 저지르는 반(反)독립파 민병대를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합세하고 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는 인도네시아정부가 평화유지군 파병을 수용한 것은 평화유지군이 도착할 때까지 '10세이상 남자를 모두 학살하고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고 믿기때문'이란 지적까지 나올만큼 동티모르 주민의 안위는 위태로운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처럼 반독립 민병대의 만행을 방관하는 것은 동티모르에 매장된 석유자원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체, 이리안, 자야지역에서 잇달아 독립요구가 확산될 것에 대비, 어쩔수 없는 선택이란 측면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립에 관한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기로 이미 약속해 놓은게 아닌가. 그러고도 이제와서 민병대의 인종청소를 배후조종한다면 이것은 납득이 안되는 일이다. 지난번 유럽의 코소보사태때는 그처럼 적극적이던 미국이 동티모르에서는 인도네시아 눈치를 보면서 평화유지군 주도국 자리를 호주에 넘기고 마지못해 병력수송과 정보, 통신관련 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나선것은 세계의 대형(大兄)답지 않은 처신이다.
동티모르 사태는 국가간의 외교적 차원을 떠나 간과해서는 안될 '인간성'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다국적평화군이 한시바삐 파병돼 동티모르에 평화정착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도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자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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