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산 재건 '땅 굳은 뒤에'

입력 1999-09-13 00:00:00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3일 '민주산악회 재건'작업을 사실상 접은 것은 민산 재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과 불투명한 총선 전망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7월21일 여권이 내각제 개헌 유보 방침을 발표하자 성명서를 통해 이를 '장기집권 음모'라고 비난하면서 민산 재건을 선언한 김전대통령은 결국 50여일 만에 민산재건 작업을 포기한 것이다.

자신의 텃밭인 부산지역에서 조차 자신의 정치 재개와 그에 따른 야당 분열 가능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이같은 여론의 역풍 속에서 총선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분석에 따라 민산 재건 중단을 결심한 것이다.

김전대통령은 화려한 정계복귀는 고사하고 자칫하면 총선에서 민주계가 전멸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느꼈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 이총재 측의 초기 강경대응에 김전대통령 측이 백기를 든 셈이다.

김전대통령 측은 이총재 측과 정면대결을 하면서 세력 규합에 나서 조기 신당 창당 수순을 밟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사실 과거 김전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혔던 의원들 조차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세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민산 측은 이총재가 부재중인 이 때야말로 세 확산의 적기라며 마포 쪽에 민산 사무실을 얻어 대대적인 한나라당 의원 접촉에 나서기로 했지만 추석 전후에 발족시키려던 민산 출범식도 10월로 연기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영입작업이 지지부진했다.

물론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전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민산 재건 의지를 꺾지는 않았으므로 내년 총선을 전후해서 다시 민산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민산 재건 연기를 둘러싸고 김전대통령 측이 이총재 측과 묵시적으로 빅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 나오고 있다. 즉 내년 총선에서 민주계 인사들의 공천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전대통령이 민산 재건을 연기함에 따라 16대 총선을 앞둔 정국구도도 상당부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김전대통령 측과 이총재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야권의 이합집산에 따른 TK신당 등 신당의 탄생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여권에서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설이 다시 흘러나오는 등 대대적인 정계개편의 방향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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