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령참사 기강해이의 관재

입력 1999-09-11 14:32:00

부산 황령산 산사태로 인한 참사는 공직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진 관재(官災)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공직사회는 겉으로는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하는 바람에 철저한 공복의식을 재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은 철저한 개인주의가 팽배, 극단적인 보신(保身)에만 급급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공직자들은 다치면 안된다는 의식속에 사실상 극도의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탁상행정이 고작이고 현장은 어떻게 되든 안중에도 없기 마련이다. 문제가 터지면 관할.책임소재로 입씨름 하기 일쑤인게 오늘의 공직풍토다. 부산 황령산 산사태는 바로 이런 공직풍토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관재였다.황령터널로 이어지는 도로공사는 부산항의 화물컨테이너 수송을 위해 부산해양수산청(당시 부산해운항만청)이 지난 93년 주식회사 한양건축에 시공을 맡겼으나 2, 3차례의 부도로 시공건설회사가 4번 바뀌어 3년만인 96년에 완공했다. 문제의 단초는 이렇게 공사가 릴레이식으로 넘겨지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사라는데서 출발했다. 더욱이 이 공사는 황령산을 거의 직각으로 잘라 고가도로 등을 시공했기 때문에 절개지 마무리 공사가 가장 핵심이다. 그런데 절개지를 60~80도의 급경사로 그냥 둔데다 암벽위 20㎝정도의 두께로 잔디를 심어 그야말로 눈가림식 마무리공사였다. 이러니 지난 태풍때를 비롯 비를 흠뻑먹은 돌과 토사가 간헐적으로 흘러내릴 수밖에 없어 이곳을 지나는 차량운전자들이 늘 불안을 느껴온 곳이었다. 게다가 수해때마 관할구청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했다는 건 산사태 위험성을 사전에 알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위험이 예견됐으면 당연히 절차를 밟아 안전진단을 거친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게 공무원의 책무이다. 어찌보면 이런 초보적 상식을 무시한 공무원이 부른 대형 참사였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총선을 의식한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선심'까지 겹쳐 기강은 급속도로 해이해져 일부 범죄까지 속속 불거지고 있다. 결국 정부가 병주고 약주는 바람에 공직사회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풍토를 조성해놓은 셈이다.

이런 배경이 낳은게 황령터널의 참사였다. 문제는 비단 부산 뿐 아니라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는데 있고 유사사고 돌발은 때가 언제인가가 문제지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라는데 있다. 전국에 걸친 총체적인 안전진단점검이 필수적임을 이번 사고는 암시해주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하라. 이번 사고의 원인도 철저히 가려 '공직퇴출'의 고강도 문책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