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사원교육 비법 전국적 관심

입력 1999-09-10 14:14:00

포철 김모(50)부장은 올들어 회사에서 새로운 재밋거리를 하나 찾았다. 그가 '참 희한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인터넷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지난 3월 중순. 해외출장을 앞두고 출장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 여행사로, 서점으로 문의전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여직원의 "부장님 인터넷에 들어가 보세요"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실제 없는게 없었다. 며칠간 끙끙거리며 고민했던 문제가 단 몇분만에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출장에서 돌아온 김부장은 즉시로 컴퓨터 교육연수를 신청, 이제는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별 어려움없이 헤엄쳐 다니고 있다.

또 젊은 직원들만 사용하던 전자결재를 본인이 직접 처리할수 있게 됐고, 거추장스런 결재판을 들고 임원실 여비서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짜증스런 시간도 크게 줄였다.

'기업의 I. Q를 높여라·'

새 밀레니엄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포철이 던진 화두다.

2000년 이래야 보통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고, 1년에 한번씩 경험하는 새해가 열린다는 정도에 불과한 일. 그러나 기업들에게 새 밀레니엄의 개막은 엄청난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고급정보라 하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묵은 이야기가 되고, 내 것 네 것이 없어질 세상이 바로 2000년대라고 표현한다. 돈이든 정보든 모든 게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가 되는 세상이라는 얘기. 또 이를 위해서는 인재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IMF로 국내 모든 기업들이 생사기로에서 헤메었던 지난해 포철은 1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내 사상 최대흑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발표가 나가자 5대 재벌을 비롯한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의아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올해 나타난 한가지 현상으로 대기업 인사·교육 담당자들의 포철출장이 잦아졌고, 포철이 연구대상이 된 것이다. 포철의 인재양성 비법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모재벌기업 인사담당 간부는 "포철로서야 인정하기 싫겠지만 포철 신입사원들을 등급으로 분류하면 탑클레스(Top Class)는 아닙니다. 지방근무 가능성이 높고 철강업이라는 단종사업 영역으로 인해 구직 우선순위에서는 4·5위권 정도에 해당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에 대해 포철의 일부 인사들도 수긍하고 있다. 따라서 인재양성과 관련한 포철의 명제는 2류를 일류로, 나아가 초일류로 만든다는데 있다.

단적인 사례가 '찾아가는 사원교육'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2만6천평의 포항 지곡동 포철 연수원에는 1년 내내 교육생들로 붐볐다. 그러나 요즘은 비어있는 강의실이 늘었다. 교육투자 예산은 매년 느는데도 겉보기에 사람수는 줄었다. 교육방법이 바뀐 탓이다. 보통의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와관련 정진석(45) 관리교육팀장은 "직원들을 연수원으로 불러모으는 것은 인력낭비 요인이 큰데다 현장감(현실감)이 떨어지는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의 경우 전체 68개 강좌중 30% 가량을 현장수업으로 편성했고, 이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포철의 인재양성 목표중 또 한가지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 세계화다. 최근 포철은 사내 컴퓨터에 입력돼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사천리'에서 'MS워드'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일사천리는 포철이 많은 예산을 들여 자체개발, 10년 가량 사용해왔으나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이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살아갈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 이후의 일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by-Case)'도 포철 인재양성 특징중 하나. 올해 포철인재개발원에 편성된 교육프로그램중 강좌당 수강인원이 20명을 넘는 것은 극소수다. 철저하게 개인별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원 개개인의 업무와 능력, 의식, 기능을 고려해 교육방침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외국어 분야만 하더라도 편지쓰기, 전화대화, 회의, 협상력 등 분야별로 나눠 교육을 실시하고 구체적 사례에 맞춰 기능(Skill)을 길러준다. 현장직원 역시 같은 압연분야라 하더라도 열연, 냉연, 스테인리스로 분류하는게 이미 일반화 돼 있다. 김주락(47) 국제화교육팀장은 "이미 해야 하는 일이라면 투자비가 늘더라도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편성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철은 새 밀레니엄을 1년 앞둔 올해 교육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도전 21'로 잡았다. 이후 본사 부장급 이상과 계열사 임원급 이상 및 해외현지 법인 임직원을 대상으로한 교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장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노력하지 않고 넋놓고 앉았다간 직위에 상관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광고카피로 널리 사용되는 이 문구는 지난 85년 포철이 연수원을 준공하면서 돌로 된 벽에 처음 새겨 넣은 것이다. 포철 사람들은 이 짧은 문구가 영일만 개펄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기본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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