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단병호 체제 진로

입력 1999-08-30 14:35:00

민주노총이 단병호(段炳浩·50) 전 금속연맹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출범시킬 계획이어서 향후 진로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29일 오후 6시 마감한 위원장 및 사무총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결과 단씨와 이수호 전교조부위원장이 러닝메이트로 단독출마했다고 밝혔다.

오는 9월 17일로 예정된 보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출석자 과반수 이상의찬성을 얻어야 하는 절차를 남겨 놓고는 있지만 민주노총의 새 조타수로 단씨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단씨는 지난해 5월 전국 29개 사업장의 총파업을 주도한데 이어 7월에도 대우자동차 등 12개 노조의 연대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 징역 1년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던중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오랫동안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금속연맹위원장을 지내면서 노동계에 '대부'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 내부 지도급 인사 중 누구보다도 투쟁력과 조직장악력을 갖추고 있다는게 노동계의 중평이다.

단씨는 그러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게 노동부의 평가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단씨는 그동안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는 성향을 보여왔다"면서 "민주노총의 노선이 과거에 비해 보다 유연하게 변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씨 본인도 위원장보선에 단독입후보한 뒤 "정부와 사용자측의 향후 행보 등을 감안하면서 전 조합원들의 토론을 거쳐 노사정위원회 참여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노사정위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노사정위는 일시적으로 노동계의 발목을 잡기 위한 도구일뿐 노동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라는 전임 이갑용(李甲用) 체제에 비해 보다 신축적인 대정부노선을 택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곧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등 급격히 유화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IMF 한파를 거치며 노조조직률이 하락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열기가 떨어지는 등 내부 조직정비가 우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씨가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공공연맹이 금속연맹과 내부 세대결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급성장한 것도 변수다.

아직도 여전한 노사분규에 대한 비판적 시각, IMF 한파속에서 취약해진 조직역량, 두 주력부대간 보이지 않는 알력 등 산적한 과제를 안은 '단병호'의 민노총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택할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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