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미래와는 이젠 안녕!'이란 평판을 이끌어 낸 '뉴 로맨스'는 1984년 윌리엄 깁슨이라는 미국 SF작가가 쓴 최초이자 대표적인 사이버 펑크 텍스트이다. 컴퓨터와 인간이 교묘하게 결합된 펑크풍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 나는 가공할만한 사이버 스페이스 속에서 하이테크놀로지가 빚어내는 인간성 상실과 소외, 그리고 불신 등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1년전,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의 작품 시사회가 열렸는데 2시간의 긴 시사회 후 비평가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작품은 대단해 보이는데… 그런데 스토리는 어디로 간거지? 그토록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큐브릭이 도대체 무얼 만든 거야?"
그 후 1년 뒤, 내가 태어났고 24년이 지난 뒤 나는 '네온사인의 노래'라는 버추얼 스페이스 속을 살아가는 버추얼 파이터들의 세계를 소설로 만들었다. 스토리도, 구성도 엉성한 작품이었지만 디스토피아적인 인간의 미래와 하이테크놀로지의 이단적인 양상, 그속에 갇힌 인간들의 암울한 군상을 그려보고 싶었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전체 4막의 우주 서사극이다. 1부는 인류의 기원에 관하여, 2부는 모노리스의 신비, 3부는 인공지능 컴퓨터 헬 9000, 4부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중 3부를 좋아한다. 특히 보먼이 엄청난 위력의 살인자로 돌변한 헬 9000이라는 컴퓨터의 신경칩을 뽑아낼 때의 그 아슬아슬한 장면을 사랑한다. 이 장면에서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간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가를 읽어낼 수 있었다. '보다 나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이 현재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먼만을 태운 디스커버리호가 시간과 공간이 다채로운 빛을 내며 어지러이 흩뿌려져 있는 공간을 지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장관이었다. 그 긴 여행 끝에 영면 같은 긴 수면에 빠져드는 보먼의 그 편안한 이미지는 나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참으로 그는 인간보다 훨씬 진화된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되는가? 영화를 현실로 믿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스탠리 큐브릭을 믿기 때문에 이 영화의 결론을 사랑한다. 그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마저 사랑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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