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국 분단 연구소

입력 1999-08-18 14:17:00

나는 종종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한 이상한 나라를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해 이번 서해교전이나, 북한 여자월드컵 축구단소식과 같은 매스미디어의 보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거의 북한이라는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

"왜 뉴스에서 북한의 일기예보까지 해주는지 모르겠어? 우리에겐 직접적인 영향도 없는데 말야"

누군가가 아주 흔한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릴 때마다 난 마치 어린시절 우리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던 '마산 땅콩 카라멜'을 천천히 빨아먹듯, 청진, 강진, 평양, 신의주와 같은 신비스러운 도시들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 간단히 끝을 맺는다. 물론 그 도시의 도심의 형태라던가 시민들의 표정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왠지 텔레비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연예인들처럼 다 위장된 상품같아 보이고, 가끔씩 굉장히 엉성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계인 같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난 마치 '쟈니윤 쇼'를 대하듯 차디찬 미소를 한번 머금어 본 다음 딱 off의 위치로 상상의 스위치를 내려 버린다. 이렇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나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비롭고, 오래가지 않는, 그래 아주 잠시 뿐만 나라다. 그 신비로움은 콜라 한잔에, 햄버거 하나에 너무나 쉽게 허물어져 버린다.

난 가끔 싸구려 술집이나 전통 찻집 같은 곳에서 북한이란 엄청난 무게의 단어를 머릿속에 감금한 채 가슴을 달구는 멋진 지성을 만난다. 그들의 아름다운 말과 사랑스런 행동이 감동으로 변해 서서히 나의 심장은 뜨거워진다. 하지만 뜨거운 심장, 그것뿐이다. 난 그들과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냥,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정말, 괜찮은 말이다. 허나 그들에겐 큰 상처가 된다. 난 정말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이, 그런 도피의 감정이 나로 하여금 북한이 될만한 것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게 만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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