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X, 한국영화 영역 넓힌다

입력 1999-07-29 14:01:00

SFX란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특수효과를 통칭하는 말이다. 미니어처 촬영, 특수 분장, CG, 애니메이션 등을 망라한 용어다. SFX는 특수효과를 뜻하는 영어인 'Special Effects'에서 'Effects'와 'FX'의 발음이 유사한데 아이디어를 얻어 편의상 정착된 조어다.

올 여름은 SFX(특수효과) 영화의 계절이다.

'용가리''자귀모''유령''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 SFX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SFX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유령'은 잠수함을 무대로 하지만 실제로는 물 근처에도 가지 않고 찍은 영화다. '드라이 포 웨ㅅ'(Dry for Wet) 기법. 말하자면 물 대신 스모그로 심해의 효과를 낸 작품이다. 스모그로 가득 채운 스튜디오에 잠수함 미니어처를 띄워놓고 촬영했으며 여기에 향유고래, 기포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시켰다.

귀신들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자귀모'는 SFX가 아니고는 제작이 불가능한 영화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상상력의 세계를 실제로 옮기면서 다양한 SFX가 사용됐다. 전체 영화중 20여분을 CG(컴퓨터 그래픽)로 그려냈다.

하이라이트는 8분간의 음산한 저승세계.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지름 6m, 높이 1m 크기의 미니어처 기둥 위에서 두 주인공이 연기하고 여기에 노을빛의 배경과 기하학적인 모형들을 심어넣었다.

영혼이 벽과 지하철, 사람들을 통과하는 장면, 고층빌딩에서 떨어지는 장면, 머리카락과 손톱이 길어지는 장면 등은 실사와 CG이미지들을 합성했다. 저승기차와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방울이 거대한 물기둥으로 변하는 장면은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액션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도 섬세한 CG작업을 덧입혔다. 너무 자연스러워 관객들이 CG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 박중훈의 콧등에 맺힌 땀방울이 발등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땀방울을 3차원 CG로 만들어 합성시킨 장면이다. 또 초당 50~100프레임(일반 촬영은 초당 24프레임)이 찍히는 고속촬영으로 역동적인 액션을 잡아냈다.

'용가리'는 3차원 CG로 제작됐다. 작업에 소요된 기간은 1년 6개월로 CG로 만든 용가리와 미니어처 촬영, 매트 프린팅 이미지등을 합하면 특수효과 장면은 45분 분량에 이른다.

70년대 이후 불어닥친 SFX로 지금의 할리우드에는 SFX가 투입되지 않은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 한국에서도 '구미호' 이후 SFX는 기본사양이 됐다. '퇴마록''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쉬리' 등 오락물뿐 아니라 '축제''초록물고기'등 예술성 높은 영화에도 SFX가 구사됐다.

아직 SFX 인프라가 미비하고, 제작자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지만 SFX는 한국영화의 표현 영역을 넓힌 중요한 계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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