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주가폭락...불안한 금융시장

입력 1999-07-24 14:09:00

23일 우리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주가.환율.금리 등 모든 금융지표가 정상궤도를 벗어났다. 주가는 사상 최대인 71.70포인트가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다. 채권 역시 매수세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금리가 10%대를 육박했다. 환율도 최근의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했다.

금융공황상태는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대내외의 불신에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의 금리인상 시사 등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고 상당기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돼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금융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채권시장

23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 9.5%를 기록했다.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도 8.7%로 치솟았다. 채권금리 급등과 채권값 폭락의 원인은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서 촉발됐다. 채권의 최대 매수세력인 투신권에 대우의 단기부채 부담을 떠안도록 했기 때문이다. 투신권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공사채형 수익증권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 매수여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여기에 정부가 대우 발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토록 투신권에 압력을 넣은 것이 채권시장을 마비상태로 몰고갔다. 투신사와 은행의 신탁계정이 회수한 4조원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하기 위해 기존 보유물량 처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채권시장에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것.

한국투신 관계자는 "채권값이 폭락, 보유물량 처분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밝혀 대우그룹에 대한 지원이 채권시장을 마비시키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대우 지원에 따른 자금수급악화를 우려한 보험.은행 등 기관투자가들과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투신권에 대한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요청이 잇따르고 있어 채권시장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 투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사태 방지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맞을 투신사가 생길 수도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주식시장

주식 대폭락사태 역시 대우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수 1000포인트 달성뒤 계속적인 매도공세를 펴던 외국인들이 정부의 대우그룹에 대한 대책을 불신, 한국증시를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을 맡은 투신권의 주식매수여력 위축도 주가폭락을 부추겼다. 주식형 수익증권에 대한 자금유입도 크게 줄었다. 지난 16일까지 하루평균 6천935억원씩 8조8천218억원이 증가했으나 지난 20일과 21일엔 각각 2천880억원과 2천54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와 함께 미국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위안화 불안과 아시아 증시의 동반하락세도 우리 증시에 부담을 주었다. 또 선물값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가 나와 주식폭락을 부추겼다.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자 헤지를 거의 하지않던 수익증권 운용펀드들이 선물매도 포지션을 증가시킨 것이다.

배춘수 신한증권 대구지점장은 "대우그룹의 국내부채도 문제지만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해외부채가 더욱 부담"이라며 "채권금리의 급등 등 자금시장의 악순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밝혔다.

증시전문가들은 대체로 800~850선을 지수조정의 지지선으로, 기간조정은 8월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호진 동원증권 대구중앙지점장은 "60일 이동평균선이 850선에 걸쳐있어 1차로 지수850선이 이번 조정의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본다"며 "기간조정은 8월하순까지 이어질 것같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배지점장은 "채권금리가 계속 급등하고 주식시장의 자금유입 규모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가 지속될 경우 주식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대우그룹에 대한 해법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이 상당기간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 자금지원으로 대우가 유동성 위기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는 있지만 부채 절대액이 너무 커 정부가 획기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제2의 기아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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