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만드는 우리들 신문

입력 1999-07-22 14:05:00

어린이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 편집·제작하는 '어린이신문'이 잇따라 창간되고 있다. 올 1학기부터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 가운데 표현훈련반(1, 2학년), 어린이 신문반 또는 기자반(3~6학년)을 진행해온 초등학교들이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대구, 지봉, 입석, 용호, 복현 등 초등학교가 이미 창간호를 냈으며 칠곡, 상동 등 초등학교도 창간준비에 한창이다. 전국적으로 방학이 끝나는 8월말까지 40여개 초등학교에서 창간할 예정이다.

초등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하지만 내용이나 편집 등에서는 일반 신문 못지 않다. 학교나 인근 지역을 발로 뛰어다닌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어 교사와 학부모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만평, 4단 만화, 학생글 등도 실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빨간 신호등이에요"라는 제목이 눈에 띄는 대구초등학교 어린이신문 창간호 1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30분 동안 조사한 결과 정지선을 지나친 차량이 34대, 신호 위반 차량이 27대로 나타났다. 횡단보도 건너기가 겁나는 현실을 도표까지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봉초등학교 창간호에는 어린이 기자단이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가 눈길을 끈다. 좋아하는 선생님으로는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39명)이 으뜸이었고 잘 생기고 친절한 선생님(28명)이 뒤를 이었다. 싫어하는 선생님은 차별하시는 선생님(58명)이 단연 많았고 무섭고 엄한 선생님(19명), 공부를 잘 못 가르치는 선생님(17명) 등으로 나타났다.

입석초등학교 창간호 1면은 '금호강이 몸살을 앓고 있어요'라는 제목 아래 금호강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에 대한 비판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3학년 우진아, 5학년 윤창호 기자의 생생한 취재기도 덧붙여졌다.

'어린이신문'은 초등학교 특기·적성반을 주도하는 21세기 사회교육원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온 결과다. 3개월 단위로 신문을 제작하되 초기에는 어린이들이 취재, 기사작성 등을 맡고 편집이나 제작의 어려운 부분은 지도해주다가 점차 어린이들의 참여범위를 넓혀 1년 이내에 어린이들끼리 완전한 신문을 만들 수 있도록 해나갈 예정이다.

사회교육원측은 앞으로 전국 2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신문을 만들어 서로 받아보게 함으로써 거의 매일 학생들이 전국에서 발행되는 '어린이신문'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 사회교육원 관계자는 "어른들이 만드는 상업적인 소년신문과는 다른 어린이들만의 신문모델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라며 "대구지역의 경우 연내에 10여개 학교가 창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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