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창원 일기로 본 부패사회

입력 1999-07-20 15:15:00

신창원의 일기장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이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공개한 신(申)의 일기장에는 차라리 듣지 않았던 것만도 못한 경찰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 있어 아연케 한다.

신창원을 잡기 위해 잠복 근무중인 경찰이 신의 동거녀를 성폭행 했다니 이러고서도 민주 경찰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신창원은 도피중에도 동거녀의 오빠가 벌인 폭행사건을 해결키 위해 경찰과 검찰을 두번씩이나 들락거렸고, 경찰에는 급행료까지 주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렇다면 눈 앞에 중죄인을 몇번씩 만나고도 놓친 경찰이야말로 천하에 무능하고 게다가 부패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할 것이다.

서울의 어느 파출소에서 신창원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관이 "총만 던지고 그냥 가라"고 보내줬다는 일기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나약한 경찰관에 차라리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물론 이것은 목숨을 던져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경찰관이 해야 할 말이 아니며 또 면죄부를 줄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신창원이 워낙 날쌔니까…" 나름대로 변명할 여지는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신창원을 잡겠다는 형사가 성폭행한 추태에 대해서는 민주경찰로서 국민 앞에 어떠한 변명도 할 여지가 없다. 그런만큼 경찰은 신창원의 일기장을 조목조목 따지고 조사해서 경찰관의 본분을 망각한 사람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고 미비된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중요한 것은 거액을 강탈당하고도 신고조차 않은 부자들의 자금이 정당한 것인지, 탈세부분은 없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 한 점 의혹도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신창원 사건은 일부 부유층 인사들사이에 자기 보신만을 앞세워 강도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않은 이기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또 범죄자에게 인간으로서 법앞에 평등한가 하는 문제를 생각케하는 계기도 됐음을 다시한번 지적한다.

신창원의 일기장은 죄수의 입안에 가래침을 뱉고 재래식 화장실에 얼굴을 처박게한 비민주적 교도행정에 적개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빠삐용을 무색케하는 전근대적 교도행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교소도가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곳이 아니라 '중(重)범죄인 양성소'밖에 되지 않는다. 신(申)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차제에 교도행정도 구태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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