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창원 '뭉칫돈'의 충격

입력 1999-07-19 00:00:00

탈옥 무기수 신창원이 2년 반만에 부산교도소에 재수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의 탈주극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신창원이 남긴 1억8천만원의 뭉칫돈을 비롯, 탈주 기간동안 설치고 다닌 그의 행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편안치만은 않다.

도피중 88건에 5억4천만원(경찰집계)을 훔쳤다는 신창원의 진술대로라면 피해자도 수십명이 넘을텐데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신고를 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깊어가고 있는 사회병리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암담한 느낌이다더구나 연인원 100만명의 경찰을 투입하고도 강.절도범 1명을 검거치 못한채 농락만 당해온 경찰의 무기력에 대해서는 불신감만 더할뿐 허탈한 심경이다. 지금 세간에서는 신창원 미스터리가 연일 회자되면서 과연 2억9천만원을 주는 대신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서울 강남의 부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민들이라면 단 돈 한푼도 아까울 처지에 그처럼 큰 돈을 내놓으면서도 오히려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 강남 부자의 내막이 우리들에겐 더욱 궁금한 것이다.

신창원이 도피행각 도중 수많은 강.절도를 했는데도 피해자중 어느 한사람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복을 피하고 자신의 보신만을 생각하자는 고발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출처를 밝힐 수 없는 '구린 돈'이기 때문에 신고치 못한게 아니냐는 생각도 지울수 없다. 실상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벌써부터 '신창원 리스트'에 오를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 한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지도계층에 대한 불신풍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길이 있을는지 궁금하다.

신창원에 대해서는 사회 일각에서 "아쉽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또 일부에서는 그를 영웅시 하기도 했다. 물론 이처럼 왜곡된 시각은 신(申)의 도피행각이 갖는 '드라마틱'한 요소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부패한 지도계층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어떤 것인지를 깨우치는 척도이기도 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강도.살인한 무기수가 탈옥, 강.절도 행각을 벌인 것은 동정의 여지가 없기때문에 법대로 처리돼야 한다는 것에 이론이 없다.

또 이와함께 신창원이 훔쳤던 돈들의 출처를 추적, 그 돈들이 검은 돈인지, 깨끗한 돈인지를 밝혀내서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는데로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떳떳치 못한 뭉칫돈이 80억원씩이나 개인집 안방에 나뒹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한 제2, 제3의 신창원이 또 나타날 수 있을 것임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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