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살 정병태씨의 특별한 인연

입력 1999-07-17 00:00:00

"얼굴도 모르는 저에게 혈소판을 제공해 새로운 세상을 살게해 준 동생들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대학진학 공부에 열중하던 고교생들이 얼굴도 모르는 백혈병환자를 위해 자신들의 귀중한 혈소판을 제공, 끝내 새생명을 살려냈다.

16일 오전10시30분. 구미 경구고교에 까까머리에 흰마스크를 한 정병태(21·영천시 청통면 송천리 760)씨와 정씨의 아버지 정수암(54)씨가 교문을 들어서며 생명의 은인들을 애타게 찾았다.

백혈병 환자 정씨는 지난해 말 구미고와 경구고, 금오여고등 800여명의 구미지역 고교생들의 헌혈덕에 생명을 구했던 주인공. (본지 98년12월21일자 27면 보도) 환자 정씨는 자신의 몸속에 혈소판을 넣어준 경구고 13명의 '형제'들과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군이 백혈병 통보를 받은것은 대학진학을 준비중이던 지난해. 가족 자연사랑 경북연합회 회원인 정수암씨의 둘째아들 병태군이 백혈병으로 목숨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접한 경북도 자연학습원(원장 유성엽)은 즉각 도내 '자사연' 회원들을 비상소집하고 구미시내 고교를 대상으로 '새생명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던날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800여명의 고교생들이 금오산 자연학습원에 모여 기꺼이 팔뚝을 걷었다.

정군이 경구고 13명의 은인들과 특별인연을 맺은것은 지난해 12월말.

골수이식 수술후 체내에서 혈소판이 자체적으로 생성될때까지 혈소판을 공급해 줄 AB형의 혈액형을 가진 20명의 '용사'가 필요 했던것.

학생들의 헌신적인 헌혈행렬에 용기를 얻은 정병태씨는 12월27일 대구영남대의료원에서 수술에 들어갔고 수술하는동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김태웅(18)군등 13명의 경구고 학생들이 비상대기까지 했다.

이들의 순수한 양심이 결국 정씨를 살려냈고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경구고 차용학 교사와 13명의 학생들은 '사랑의 새생명 살리기' 유공자로 경북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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