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교수·시민 중국 용정서 추도식

입력 1999-07-17 00:00:00

'오호 통재여 애재여 호국영령이시여! 구천리 장천 간도땅, 꿈에나 그려보던 만주벌… 풍마의 방울소리 기상도 늠름하게 말 달리시던 만주벌을 찾아 조국의 후손들이 여기 왔나이다. 님이 뿌린 핏자국, 한서린 재단에 그토록 갈망하시던 조국산하의 오곡백과로 재물을 차려놓고 삼가 명목을 비나이다…'

선구자의 고향, 항일 민족운동의 성지 용정(龍井)에서 지역대학 교수와 시민들의 3·13항일 순국열사에게 올리는 추도사가 북만주 벌판을 적셨다. 16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4시30분)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용정시 합성리 '3·13 반일의사릉'에서 열린 추도식은 남북한을 통틀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가지는 행사로 민족사적인 의미를 새롭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용정시 교육위원회(주임 장원준)와 한국민족통일 대구시협의회(회장 황인호) 주최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지역대학 교수와 민통 대구시협의회원 40여명이 참석했는데, 용정의 교육관계자와 용정 제5중학 학생 50여명도 행사장을 끝까지 지켜 민족의식과 동포애를 재확인했다.

'3·13 반일의사릉'이란 1919년 3월13일 북간도 용정촌을 중심으로 불타 올랐던 만세시위에 소식을 접한 김약연 선생 등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선언 포고문을 낭독하고 용정의 서전벌판에서 3만명의 학생과 농민이 만세시위를 벌였는데, 당시 희생된 수십명의 열사중 13인이 묘역의 주인공들이라고 현지 조선족 주민들은 전한다.

그러나 3·13 묘역이 애국의사릉으로 국내에 알려진 것은 3·1운동 80주년을 맞은 올해 3월부터였다. 용정에서 동남쪽 회령방면으로 5리쯤 떨어져 있는 둔덕위에 자리한 이 이름모를 떼 무덤들이 조선족 동포들에 의해 반일의사릉으로 발견, 복원된 것도 89년 말쯤이었다. 90년 5월에야 기념비와 묘비가 세워지고 연변지역 각계 인사와 교수 100여명이 첫 추모제를 올렸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용정 3·13 기념사업회 최근갑(73) 회장은 "70년 세월 술 한잔 올리거나 찾아오는 사람 하나없이 방치되어 오다가 순국묘역으로 복원된 지 10년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추도식을 가지게 돼 감회가 깊다"며 "가슴 뿌듯한 민족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낭독한 이정희(한국교민연구소장)경북대 교수는 "3·13 반일의사릉 추도식은 북만주의 항일운동 역사를 재조명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며 "민족의 얼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용정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꼭 찾아볼 것"을 권했다.

〈중국 용정에서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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